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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 법제화를 지지한 대만의 팝 스타들

<블럭의 팝 페미니즘> 아시아의 팝아이콘 채의림과 장혜매



※ 메인스트림 팝 음악과 페미니즘 사이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대중문화 사이에서 페미니즘을 드러내고 실천으로 이을 가능성까지 찾아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는 전업으로 글 쓰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필자 블럭]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 법제화한 대만

 

지난 5월 24일, 대만 사법원은 동성 간 결혼을 불허하는 민법에 ‘위헌’ 판결을 내리고, 2년 내에 민법을 개정하도록 요구하였다. 대만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국가가 되는 순간이었다.


▶ 2014년 10월 결혼평등법 통과를 요구하며 국회를 둘러싼 대만 시민들의 무지개 포위 운동 ⓒ대만 반려연맹 제공


대만 사회는 2000년대 초부터 동성결혼 법제화를 위한 여러 목소리를 내왔다. 2004년 성평등 교육 법안이 도입되며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성평등 교육과 더불어 성소수자 인권 교육이 이뤄지면서 목소리를 낼 기회가 좀 더 생겼다.


대만이라고 해서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서면서 대만은 “해바라기 운동”(혹은 태양화 운동. 2014년 3월 대학생들과 야당이 주축이 되어 국회를 점거하며 시작된 시민불복종 운동으로, 대만 민주화의 이정표라고 이야기된다. 시위대는 해바라기 꽃을 상징으로 삼았다)이라 불렸던 대규모 집회를 포함해, 여러 사회적 변화를 안게 되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희망의 외침은 많은 이들의 인식 변화를 가져왔다. 대만의 동성결혼 법제화 역시 이러한 움직임과 긴 시간의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라 할 수 있다.

 

대만의 동성결혼 법제화 소식을 접하며 생각나는 음악가가 있어서 소개한다. 대만의 팝 스타로 큰 상업적인 성과를 거두었을 뿐더러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채의림(Jolin Tsai)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팝 아이콘, 채의림

 

▶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채의림의 “Play” CD 이미지


채의림은 대만은 물론 중화권을 대표하는 가수 중 한 명이며, 아시아 내에서는 ‘팝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의 인지도와 팬층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중일 통틀어, 나아가 아시아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팝 음악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1999년에 데뷔하여 10대 후반~20대 초반에 가수 생활을 시작한 채의림은 잠깐의 공백기를 거친 뒤 “看我72變”(See My 72 Change, 72번 변하는 나를 봐)라는 곡을 선보이며 전환점을 맞이한다. 수동적이고 풋풋한 이미지였던 그는 이때부터 적극적이고 강한 인상을 주며 변신에 성공한다. 2004년에 발표한 앨범 [城堡](Castle, 성보)는 당시 한국에서도 발매됐다. 이후 2006년부터는 더욱 적극적이고 개성 있는 인상을 남기며 300만장(아시아에서 200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다.

 

그는 시간이 지나며 이미지 변신만 꾀한 것이 아니다. 때로는 소속사를 옮겨가며, 때로는 해외 음악가와 협업하며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발레, 체조 등 안무를 위해 많은 것들을 배웠고, 무대나 뮤직비디오, 비주얼 작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2013년부터는 해외에서 먼저 그를 알아보고 초청하기 시작하였으며, 데뷔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낸 앨범이 ‘커리어 하이’(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잘했던 시즌)라고 할 정도로, 그의 음악 세계는 후퇴하거나 퇴보하지 않았다. 소화하는 장르도 다양하다. 대중적인 발라드 넘버나 댄스 곡만이 아니라 아프로 리듬을 가져오거나 랩을 기도하는 등 계속해서 변화를 모색해왔다.

 

채의림은 그만큼 아시아 전체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시아에서 큰 시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팝 스타 아무로 나미에, 호주의 팝 스타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와의 콜라보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펑크, 일렉트로니카, 힙합,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사랑받고 있는 아티스트 알레소(Alesso) 등 다양한 음악가와 협업했다. 중국 6~7개 도시를 돌며 투어를 하는 등 중국에서의 인기도 상당히 높다.

 

▶ 채의림(Jolin Tsai) 정규 앨범 “Muse”(2012년) 자켓 이미지

 

그런 그는 오랜 시간 LGBT를 서포트하며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고 동성결혼 법제화에 목소리를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7년 대만 프라이드 퍼레이드의 주제가는 채의림의 노래 “Bravo Lover”였다. 그는 ‘모두 같은 사랑을 하고 있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이다’와 같은 메시지를 음악에 담아왔다. 그리고 게이 아이콘으로서 발언하고 활동해왔다. 2012년에 발표하여 많은 사랑을 받은 “迷幻”(Fantasy, 미환)이라는 곡도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14년에 발표한 “不一樣又怎樣”(We’re All Different, Yet The Same, 다르지만 그게 어때서)라는 곡은 더욱 적극적으로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담고 있다. 동성결혼이 인정되지 않는 현실 속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이 곡은 뮤직비디오 역시 그러한 내용을 충실히 담고 있다. 덕분에(?) 싱가포르에서는 이 뮤직비디오 상영이 금지되기도 했다.(채의림은 싱가포르에서도 공연하며 활동하고 있다. 뮤직비디오 상영이 금지됐지만, 그는 공연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한다.)

 

커리어 하이라는 호평은 물론 여러 상을 받기도 한 13번째 정규 앨범에서 채의림은 더욱 강한 목소리를 냈다. 시몬느 보부아르의 <제 2의 성>에서 따온 제목 “第二性”을 포함해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적으로 이야기하고, 여성으로서 페미니스트로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채의림은 월드 투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스케일과 인지도를 쌓으면서, 빅 스타가 될수록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꺼낸다. 최근에는 10대 사이에 성소수자 괴롭힘 현상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등, 10대 LGBT에게 힘을 실어줬다.

 

소수민족 정체성을 드러낸 팝스타, 장혜매

 

▶ 장혜매(A Mei) “Star Live Concert” 앨범(2007년) 자켓 이미지


대만에는 채의림 외에도 장혜매(혹은 아메이 a-MEI)라는 팝 스타가 있다. 흔히들 애칭으로 ‘아메이’라고 부르는 장혜매는 대만 소수민족 출신으로, 1996년에 데뷔했다. 당시 중화권 차트에서 10주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승부하였고, 이후 1999년에 발표한 앨범은 세계적으로 800만장이나 팔렸다.

 

한동안 대만 총통 취임식에서 대만 국가를 불렀다는 이유로 중국 등의 활동에 있어 제약을 받게 되지만, 장혜매는 기획사를 옮긴 뒤 가창력에 섬세함을 더하기 시작했고 꾸준히 공연과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2009년, 아밋(AMIT)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한다. 아밋은 기존의 장혜매와 다른 모습이었다. 강하고 파격적인 음악은 물론, 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거침없이 펼쳐놓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존의 상업적인 노선을 내려놓고 철저히 자신이 하고 싶었던 대로 했더니,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것은 물론 많은 팬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게 되었다.

 

LGBT, 젠더 이슈 등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고민과 이야기를 가감없이 풀어놓은 이 작품에 이어 2015년, 그는 [AMIT2]라는 앨범을 통해 한 번 더 페미니스트로서의 자신을 세상에 알린다. 특히 “母系社會”(모계사회)라는 곡은 굉장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장혜매는 원주민으로서의 정체성, 여성의 권리, 동성결혼 법제화 등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낼 줄 아는 팝 스타다. 동시에 긴 커리어를 멋지게 유지하고 있다.

 

장혜매 역시 2000년대 중반부터 동성결혼 합법화를 꾸준히 지지해왔다. 2010년부터 꾸준히 타이페이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 공연하며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등의 행보를 가져갔다. 덕분에 퍼레이드는 3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행사를 열 수 있었다고 한다.

 

장혜매의 대표적 행보 중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직접 사비를 들여 열었던 무료 콘서트다. 2013년, 그는 동성결혼 법제화를 지지하며 10만 달러를 들여 입장료 없는 콘서트를 열었다. 당시 2만 명이 모이며 공연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장혜매는 활동 초기에 큰 성공을 거뒀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그만큼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대만에는 채의림, 장혜매 뿐만 아니라 여러 팝 스타들이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활동했다. 사실 대만의 팝 스타들은 제한적인 시장 규모 때문에 자국에서만 활동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국의 눈치를 보는 이들도 있고, 여러 이해관계를 계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채의림과 장혜매는 그러한 장벽과 ‘차별’이라는 벽을 깨고 자신의 작품으로, 그리고 멋진 활동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성공적인 음악가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 채의림 - 不一樣又怎樣(We’re All Different, Yet The Same) M/V http://bit.ly/13A0kvQ

※ 채의림 - 愛無赦(Bravo Lover) M/V http://bit.ly/2tn9sov

※ 채의림 - 第二性(Gentlewomen) M/V http://bit.ly/2s04GbR

※ 장혜매(AMIT) - 母系社會(모계사회) MV http://bit.ly/2sPAe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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