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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 강에서 나만의 ‘강가 샤워’ 의식

<초보여행자 헤이유의 세계여행> 바라나시 강가 샤워


※ 초보여행자 헤이유의 세계여행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서른여덟에 혼자 떠난 배낭여행은 태국과 라오스, 인도를 거쳐 남아공과 잠비아, 탄자니아, 이집트 등에서 3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혼+마흔+여성 여행자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라나시에 더 있기로 결정하고 얼마간 조금 후회했던 것 같다. 막상 더 있어보니 별로 의미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친하게 지내던 인도인들도 왠지 상업적으로 보이는 것 같고.

 

그렇지만 여전히 옆집 영수네 가서 팔찌를 만드는 시간은 내게 휴식이 되었다. 또 악기상 마헨드라와의 만남은 날 조금 들썩이게 만들었다.

 

바라나시! 2월 27일에 ‘시바라트리’라고 부르는 시바신의 결혼 기념일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바라나시에 더 눌러 앉기로 해놓고는 기차표를 27일 날짜로 끊어버린 바보!

 

그래서 떠나기 전날인 26일, 갠지스 강에서 ‘강가 샤워’를 하는 나만의 의식을 치렀다.

 

▶ 강가 샤워를 한 바라나시 갠지스 강.   ⓒ헤이유

 

어릴 적에 인도 다큐를 본 기억이 있다.

 

수없이 많은 영상들 속에서 나를 가장 사로잡은 건, 갠지스 강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한쪽에는 화장터가 있고, 시체를 태워 강에 버리고, 한쪽에선 그 물을 받아 마시고 샤워하고 빨래하는 갠지스 강.

 

소들이 목욕하고 똥을 싸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세례를 하는 강.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막연히 객기로 저곳에 가면 꼭 강물에 샤워를 해야겠다, 인도인들처럼. 성스러운 저 강에 나도 몸을 담그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떠나기 전날, 나는 여행자들의 반대를 무릅 쓰고 새벽에 강가에 나가 샤워를 했다.

천천히 입수하고 천천히 머리를 담근다.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약간의 허세도 있고 걱정도 들도… 우월감과 한편으론 겸허함을 느낀다.

 

인도인들은 마치 동료를 바라보듯 나를 격려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강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이마에 신성한 표시를 해준다.

 

‘갠지스의 시바신의 힘이 늘 함께하기를…’

 

▶ 자료 사진: 인도 신들의 축제 Masimaham 거리 행렬   ⓒ일다

 

그날 밤 콘서트가 있어서 저녁 9시쯤 아쉬갓트(강가)에 갔다가 몇 백 명이나 되는 젊은 인도남자들과 맞닥뜨려버렸다. 후에 알고 보니 26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밤 11시까지 24간 바라나시의 다섯 개 신전을 도는데, 그 남자들의 인원이 전국에서 몰려들어 2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날 밤 10시쯤부터 몰려든 인원에 막혀 오도 가도 못 하고, 위험해진 그때에 갓트를 거슬러가다가 ‘라지’를 만났다.

 

라지는 마침 우리 게스트하우스에서 함께 묵고 있던 한국인 여자분과 외국인 여자 둘(킴과 그 친구), 일본인 남자 한 명을 구조(?)하는 중인 것 같았다. 아무튼 나로서는 가던 길에 잠깐 갓트에 앉아 여유도 부리고~ 그날 밤은 위험하지만 특별했다.

 

강가 샤워와 시바라트리 축제를 끝으로, 바라나시와 빠이하게 되었다. 마침내!!

이 위험하고 매력적인 바라나시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바라나시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곳이었다.  (헤이유)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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