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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디펜스에 대한 질문과 답변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2030 페미니스트 캠프에서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 2월 11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2030 페미니스트 캠프’에서 “저항은 가능하다” 여성 셀프 디펜스 수업을 진행했다. 130여 명의 여성들에게 셀프 디펜스 수업을 할 영광을 얻었고, 함께 내려간 여덟 명의 여성 학생들이 나를 도와 수업을 이끌어주었다.

 

우리는 더 좋은 수업을 위해 수업 후반부에 설문조사를 한다. 이 글은 ‘2030 페미니스트 캠프’에서 설문조사로 수집된 질문들 중에서, 글로 설명하기에 적합한 것들을 뽑아 정리한 것이다.

 

▶ “저항은 가능하다” 셀프 디펜스 수업 참여자들과 함께.   ⓒ2030 페미니스트 캠프

 

Q 호신술, 자기 방어라는 표현도 있는데 선생님은 왜 셀프 디펜스라고 하시나요?

 

A. 호신술이든 자기 방어든, 셀프 디펜스든 타인의 공격이나 폭력에 맞서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셋은 완전히 다른 표현은 아닙니다.

 

그러나 호신술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무술과 격투 스포츠에 대한 인상, 던지기·누르기·조르기·관절꺾기·지르기·차기·때리기 등을 자연스레 떠올립니다. (이런 현상은 좀 더 구분해서 다뤄야 하고 구체적인 역사적 이유가 있지만, 이 글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무술과 격투 스포츠에서 사용하는 이러한 기술들은 실제로 호신술로도 불립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육체적 충돌 뿐 아니라 위험을 인지하고, 경계를 설정하고, 언어 테크닉을 사용하는 것,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 상황이 종료된 후 해야 할 일 등을 배우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방어는 셀프 디펜스(self-defense)에 대한 우리말 번역 같습니다. 하지만 충동이나 감정으로 일어나는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정신적 속성을 뜻하는 방어기제, 에고 디펜스(ego defense)도 자기 방어로 번역됩니다. 이런 점 때문에 때로는 자기 방어라는 표현이 능동적인 선택이 아니라 수동적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셀프 디펜스를 온전히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스스로 자신을 방어한다’와 ‘정당방어(위)’라는 두 가지 뜻이 다 있습니다. 정당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맞서 정도를 넘어서지 않고 적법하게 자신을 방어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좋은 기술도 사람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나쁜 용도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적법하고 정당한 용도에 사용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셀프 디펜스는 외국어이긴 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방어한다는 뜻과 정당방위를 한다는 뜻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제가 교육하고 있는 것에 가장 적절한 이름입니다.

 

Q. 수업에서 ‘분명히 말 하는 법’을 배우고 연습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소리치는 것이 어렵습니다.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까요?

 

A. 수업 때 제 목소리가 많이 컸죠? 그러나 목소리 크기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분명한 의사 표현입니다. 짧고 분명할수록 좋습니다. 저는 분명한 의사 표현을 ‘경계 설정’과 ‘언어 테크닉’으로 설명합니다.

 

경계 설정은 스스로 안전함을 느끼는 영역과 상황에 대한 경계선을 치는 것입니다. 경찰의 폴리스 라인과 비슷한 역할입니다. 내가 설정한 경계를 침해했을 때 상황에 맞게 대화, 단호한 의사 표현, 경고, 육체적 방어와 반격 등을 할 수 있습니다. 경계가 분명해질수록 감정 소모를 줄이고, 사고와 결정 단계를 간소화함으로써 좋은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게 됩니다.

 

▶ 경계 설정과 언어 테크닉   ⓒ스쿨오브무브먼트

 

언어 테크닉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사실 모든 셀프 디펜스 테크닉이 연습이 필요합니다. 언어 테크닉은 경계 설정에 따른 셀프 디펜스의 시작입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언어 테크닉을 연습하다 보면, 질문하신 분의 경험처럼 단 한 번의 연습으로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언어 테크닉은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그리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실제로 쉬울 수도 있지만, 다음의 이유로 육체적 방어와 반격을 할 때도 언어 테크닉을 함께 사용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공포에 휩싸이거나 불안감을 느끼거나 매우 당혹스러운 일을 겪게 되면, 인간은 얼어붙은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것은 자율신경계에서 일어나는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얼어붙게 되면 움직이지 못하는 것 뿐 아니라 입 밖으로 어떤 소리도 낼 수 없게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저리 가세요”, “하지 마세요”, “그만 하세요”, “도와주세요”, “가!”, “하지 마” 등의 간단하고 분명한 말을 하는 것입니다.

 

감정의 격렬함으로 호르몬 분비와 심박 상승이 적절한 수준을 넘어 치솟으면 소근육 운동 조절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목소리가 나오더라도 목소리나 말이 명료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감정이 격렬할수록 문장 구성 능력도 떨어집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짧고 분명한 말을 해야 합니다.

 

또 언어 테크닉은 심리적 작용을 합니다. 공격자에게 내 요구 사항을 분명히 전달해 그것을 실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방어자인 내 자신의 투지를 이끌어내고 심리적 안정감을 공고하게 하는 것입니다.

 

큰 목소리는 사건을 공공연히 알림으로써 주변의 도움을 받을 확률을 높이고, 큰 목소리 자체로 공격자를 놀라게 하거나(그러면 우리는 소중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공격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이런 사례들은 정말 많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목소리가 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연습을 통해 발전할 것입니다. 제겐 오랫동안 함께 수련한 여성 학생들이 있습니다. 처음엔 “저리가”, “하지 마”를 외치며 팜힐스트라이킹 연습을 하다 눈물을 찔끔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말 어려운 시나리오들도 잘 해결하고, 시작한지 얼마 안 된 다른 학생들을 이끌어주며 수련하고 있습니다.

 

Q. 저는 다른 사람의 눈을 잘 쳐다보지 못합니다. 특히 셀프 디펜스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공격자의 눈을 못 쳐다보겠어요. 시선을 피하지 않는 팁을 알려주세요.

 

A. 눈을 보지 않으면 됩니다. 상대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있어야 셀프 디펜스를 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셀프 디펜스에는 싸움(fight)의 요소가 들어 있긴 하지만, 격투 스포츠처럼 공격자 대 공격자의 관점이 아니라 공격자 대 방어자의 관점입니다. 덧붙여 우리는 이기고 지는, 승자와 패자의 관점이 없습니다. 보다 안전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상황이 대립과 충돌로 발전하기 전에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습니다.

 

▶ 공격자의 눈을 쳐다보지 않아도 됩니다.   ⓒ스쿨오브무브먼트

 

위협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공격자가 있습니다. 폭언과 욕설을 하는 공격자도 있습니다. 그리고 육체적 폭력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과격한 행동을 하는 공격자도 있습니다. 또 실제로 육체적 공격을 하는 공격자도 있습니다. 육체적 공격을 할 때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손이나 발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주변 사물을 사용하거나 흉기를 사용하는 공격자도 있습니다. 이처럼 공격의 유형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격자는 상대를 굴복시키고, 복종시키고, 끝내 순응하게 만들려고 합니다.(상대의 인간성 자체를 부정하는 포식자형 공격은 이 질문과 거의 관계가 없으니,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마찬가지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굴복시키고 순응하게 만들려고 하는 공격자도 있습니다. 정말 ‘눈싸움 마스터’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소에도 다른 사람의 눈을 잘 보지 않는 성향의 사람이 이런 공격자에 대항해 시선을 쏘아보며 언어 테크닉을 쓰고 상황에 맞게 반격을 성공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오히려 눈을 보려고 애쓰다가 시선을 거두는 순간 (불필요하게)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습니다. 눈을 똑바로 노려보는 공격자의 의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럼, 눈을 보지 않고 어떻게 대처할 수 있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매년 태국에 가서 남자 무에타이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스파링을 합니다. 물론, 선수들은 제 수준에 맞춰 가볍게 스파링을 해줍니다. 그들은 때로는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 눈속임을 합니다. 육체적 공격과 방어의 전문가인 그들은 서로 어디를 보는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기술적으로 조언하면, 저희는 시선을 상대의 목 아래 흉골 근처에 둘 것을 권합니다. 시선을 거기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두는 것입니다. 그래야 몸 전체의 움직임과 주변 상황까지 감지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흥분되거나 긴장될수록 인간의 시야는 점점 좁아집니다. 그런데 상대의 눈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는 것은 불필요하거나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수업에서 남성 강사들이 특수복을 입고 공격하는 상황을 연습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강력한 방어와 반격을 하는 경험을 쌓기 위한 것인데, 이때 우리는 공격자의 눈이 보이지 않도록 헬멧에 특수 처리를 합니다. 왜냐하면, 서로 눈을 보게 됨으로써 서로의 인간성을 느끼고 심리적 부담감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폭력을 처리하는 것은 심리적 부담이 따릅니다. 간소화된 절차에 따라 적법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셀프 디펜스의 성공률을 높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두 문장으로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팁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눈을 쳐다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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