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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권법 개정안 내용 들여다보기
 
故최진실씨 사망과 관련해 불거진 친권 논란이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친권 자동부활의 종지부를 찍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김상희 의원과 최영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법’, ‘아동복지법’,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한 일부 개정법률안에 이어, 법무부는 이달 12일 ‘민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단독친권자 사망 시 가정법원이 친권자 정하도록
 
김상희 의원이 1월 22일 대표 발의한 ‘민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단독친권자인 부모 일방이 사망한 경우, 생존한 다른 일방에게 친권이 자동 부활하는 대신 가정법원에 친권자 변경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가정법원은 친권자 변경을 청구한 부모의 양육상황과 양육능력, 자녀의 의사 등을 고려해,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경우엔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
 
아동의 입양이 취소, 파양되었거나 양부모가 사망한 경우에도 친생부모로 하여금 가정법원에 친권자 변경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가정법원이 친권자를 정할 때 자녀의 의사와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아동심리전문가 등의 자문을 구하도록 한 것도 중요한 내용이다.
 
한편 김상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은 아동의 입양이 취소되거나 파양된 경우, 혹은 단독친권자로 지정된 부모 일방이 사망했을 경우에 법원이 의무적으로 친생부모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했다. 미성년자의 보호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이다.
 
친권상실선고 청구권을 아동기관 장과 교원에게도 확대
 
그런가 하면 최영희 의원이 1월 22일 대표 발의한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친권상실선고를 청구할 수 있는 주체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상 친권상실선고 청구 주체는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으로 한정되어 있어, 위험한 상황에 방치되고 있는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미흡하다.
 
이에 개정법률안은 친권상실선고의 청구 주체를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복지시설의 장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 그리고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교원으로까지 확대했다. 또한, 친권상실선고의 청구 사유에 ‘아동학대’를 추가했다.
 
아울러 최영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가해자가 피해자의 친권자이거나 후견인인 경우, 가해자의 친권상실 청구를 할 수 있는 주체를 확대했다. 현행법에선 담당검사로 한정하고 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 및 교원 등도 친권상실 선고 또는 후견인 변경 결정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
 
개정안 내용, 민법 ‘후견’에 관한 규정과 모순돼
 
이들 개정안이 통과되면 단독친권자로 지정된 이가 사망하거나, 입양에서 양친이 사망하여 친권자가 부재할 경우, 생존부모나 친생부모에게 그 사유를 통지하고, 정해진 기간 내에 친권자변경청구를 하게 된다. 그 기간 내에 친권자변경청구를 하지 않거나 청구가 기각된 경우, 가정법원의 직권 또는 친족이나 검사의 청구에 따라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다.
 
법정후견인의 순위에 관한 규정에 구애받지 않고 적합한 사람을 후견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아동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정대리인이 정해질 때까지 후견인 임무를 대행할 사람을 선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내용만을 담고 있는 개정안은 민법의 후견에 관한 규정과 모순된다. 민법상의 후견은 지정후견, 법정후견, 선임후견의 순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개정안에서는 후견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둔 채, 친권자 변경청구가 없거나 그 청구가 기각된 경우 선임후견을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 규정과 어긋난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독친권자로 지정된 이가 사망했을 경우, 원칙적으로 생존부모에게 후견이 개시되도록 하고, 현행 후견제도가 지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의 개정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의 민법개정안, 보완 입법 요청된다
 
더불어 법무부가 이달 12일 입법예고한 ‘민법’ 일부 개정법률안도 김상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법 개정안과 유사한 내용을 갖고 있다. 법무부안의 주된 내용은 이혼 후 단독친권자가 사망한 경우에 가정법원이 생존부모 등의 청구에 따라 양육능력, 자녀의 의사 등을 고려하여 생존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하거나 후견인 선임을 하도록 하고 있다.
 
입양이 취소되거나 파양된 경우, 양부모가 모두 사망한 경우, 단독친권자가 친권을 상실하거나 소재불명인 경우에도 친생부모 등의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 관여 하에 친권자를 지정하거나 후견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한 이혼 후 단독친권자로 된 사람은 유언을 통해 미성년 자녀의 양육에 적합한 사람을 후견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법무부안에서는 친권자의 공백이 발생할 경우,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후견인의 임무를 대행할 사람을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미성년자에 대한 법정대리인은 한시라도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므로, 이를 당위규정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단독친권자의 사망 등 친권자의 공백 시에 친권자 지정 및 후견인 선임 절차가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하는 절차적 보완입법이 요청된다.
 
이혼 등으로 부모 중 일방이 단독친권자가 되었다가 사망한 경우에, 생존부모 또는 미성년자의 친족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사망한 날로부터 6월 내에 가정법원에 친권자의 지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김상희 의원 발의안처럼 사망, 파양 등의 경우 생존부모나 친생부모에게 이를 통지하는 절차가 동시에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생존부모에게 사정 변경이 있을 경우 친권자로 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이 주어짐으로써 미성년자에 대한 법정대리인을 둘러싼 다툼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차의 신속한 처리를 뒷받침하는 제도의 보완은 간과해선 안 된다.
 
이번에 나온 개정안들은 최근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된 단독친권자의 사망 시 생존부모에 대한 친권자동부활 문제 해결을 위한 극히 한정적인 대응일 뿐이다. 부모와 자녀 관계를 규율하고 있는 민법 전반에 흐르는 기본 원리인 ‘자녀의 복리’라는 큰 틀 속에서 아동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입법적 대응이 요청된다. 일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아동권] 누구를 위한 친권인가! 눈물흘리는 양육자 조이여울  2008/12/16/
[아동권] 자녀의 행복이 우선…‘친권’ 법령 개정해야 박복순  200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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