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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20대여성 알바노동자로 산다는 것

다큐멘터리 <가현이들>의 가현이들을 만나다  나랑 기자 Feminist Journal ILDA 

 


“8년 동안 알바를 해온 나에게 찾아온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그곳에서 나와 이름이 똑같은 두 명의 가현이를 만났다.”

 

2016년 12월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은 다큐멘터리 <가현이들>. 알바를 하는 청년여성들의 노동과 투쟁을 유쾌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2013년 ‘알바연대’로 출발했던 알바노조의 역사를 보여주는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 영화의 감독은 윤가현(26)씨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이가현(25)씨, 이가현(24)씨로 세 사람 모두 이름이 ‘가현’이다. 알바노조 사무실에서 가현이들을 만나봤다. 그 나이 또래에 ‘가현’이라는 이름이 유행했냐고 묻자, 꼭 그런 건 아니란다.

 

자신들의 알바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얘기는 여성 알바노동자들의 현실과, 불안정한 노동의 시대에 대한 진단, 그리고 우리 사회가 알바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거침없이 이어졌다.

 

▶ 세 명의 가현이들. 왼쪽부터 영화 <가현이들>의 감독 윤가현씨, 맥도날드와 싸워서 ‘맥가현’이라 불리는 이가현씨, 레드아이와 싸워서 ‘레가현’이라 불리는 이가현씨.  ⓒ일다

 

-알바 경험을 중심으로 자기 소개를 한다면…

 

윤가현: 영화 <가현이들>을 만들었고, 지금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인디다큐페스티벌’이라는 영화제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8년 동안 알바를 해왔다. PC방, 카페, 패밀리 레스토랑, 피자집, 영화관, 빵집, 옷가게 등…. 그리고 알바노조 1기 집행부에서 일했다.

 

이가현(이하 맥가현, 맥도날드 가현): 알바노조에서 기획팀장을 맡고 있다. 다니던 대학은 휴학 중이다. 처음으로 한 알바가 맥도날드였고, 일하면서 알바노조에 가입했다.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유니폼을 입고 ‘꺾기’ 노동(임금을 덜 주기 위해 손님이 없는 시간 동안 노동자를 매장 밖으로 내보내 쉬게 하거나 조기 퇴근시키거나 갑작스레 당일 휴무를 통보하는 등의 행위) 실태에 대해 폭로했고 해고당했다. 이후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일했고, 겨울에 제과점에서 생산량을 줄이게 되면서 해고됐다. 그리고 알바노조 상근을 시작했다.

 

이가현(이하 레가현, 레드아이 가현): 알바노조 대학사업팀장이다. 수능 끝나자마자 카페에서 알바를 했고, 대학 들어와서 과외를 하다가, 1학년 때는 옷가게에서 2학년 때는 ‘레드아이’라는 악세사리 판매점에서 일했다. (알바연대는 ‘레드아이’와 단체교섭에 앞서 알바노조를 설립했다.) 일일 알바도 많이 했다. 예식장, 연회장, 놀이공원 앞에서 썬크림 판촉하기, 레스토랑 등. 대학은 휴학 중이다.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가족한테 도움은 안 받았나.

 

맥가현: 대학에 들어오면서 자취를 시작했다. 월세는 가끔 부모님으로부터 도움 받기도 했지만, 스스로의 생활비를 책임져야 했다. 벅차긴 했다. 학교에서 수업 듣고 공부하는 것만으로 지치는데, 그때는 일주일에 3일 몰아서 수업을 듣고 나머지 3, 4일은 알바를 했다. 듣고 싶은 수업이 있었지만 알바를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표를 몰아서 짤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8, 9시간 수업 듣고 빵으로 끼니 때우고 그랬다. 알바해서 등록금을 번다는 건 불가능하다. 자기 생활비라도 충당하면 다행이다. 등록금은 다 빚이다.

 

윤가현: 부모님한테 도움 받은 적이 거의 없다. 대학이라도 갔으면 지원해줬을 텐데 대학을 안 갔다. 스무 살 여름에 집을 나왔는데 엄마가 “다니다 그만둬도 되니까 대학 한 번만 가봐라”고 해서 스물두 살에 대학에 갔다. 너무 재미가 없었다. 술 마시는 건 대학에 가나 안 가나 똑같더라. 게다가 엄마, 아빠가 원하지 않는 예술대학에 들어가서 지원을 하나도 못 받았다. 결국 중간에 그만뒀다. 친구들을 ‘비빌 언덕’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 다큐멘터리 영화 <가현이들> 중에서. ‘꺾기’ 노동 실태를 고발한 맥가현 씨. 

 

-<가현이들> 상영 후 GV(감독과의 대화) 때 어떤 얘기들이 나오는지 궁금하다.

 

윤가현: GV를 하면 관객들이 영화 자체 얘기보다 정책 얘기를 많이 한다. ‘최저임금 1만원’ 이슈에 대해서 근거가 뭐냐고 묻는 질문이 많다. 누군가 연출 의도를 물으면 “불쌍한 알바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만들었다”고 말하지만, 알바노동자를 불쌍하고 안타깝게 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노동은 한 번 직업을 가지면 영원히 하는 것, 이직을 하더라도 그 직종에 계속 있는 것인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직종에 상관없이 어떤 일을 하든지 시급이 다 똑같은데. 알바 노동의 세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노동에 대한 상상력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다.

 

-영화에서 알바노조가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을 할 때 한 중년여성이 지나가면서 “젊은 애들은 머리가 썩었다. 쉬운 일만 하려고 한다”고 악담을 퍼붓고 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윤가현: 알바노조 1기 집행부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런 일을 많이 겪었다. 알바노동자들이 스스로 “나는 최저임금 1만원 받으면 좋지만, 우리 사장님 망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얘기하기도 했다.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더라. “돈을 많이 주면 누가 공부 열심히 하고 노력하려고 하겠냐, 다 쉬운 일만 하려고 하지”, “야, 우리 때는 막노동이라도 해서 돈 벌고 어렵게 살았는데 너네는 왜 쉽게 살려고 하냐” 이런 말들.

 

나는 우리들의 엄마, 아빠가 그렇게 어렵게 먹고 살았던 시대와는 지금 시대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뉴스에서는 우리나라가 경제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얘기하는데, 경제가 성장한 만큼 우리 노동환경도 더 나아져야 되는 거 아닌가?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인건비를 줄이는 세상에서 어떻게 사람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나. 아빠한테 “그럼 아빠는 그렇게 살아, 난 그렇게 일 못 해.”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

 

▶ 윤가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가현이들> 중에서.

 


-알바노조 활동을 하며, 최근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된 점이 보이는지?

 

레가현: 2016년에도 노동절에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을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점점 더 호응을 얻고 있다. 예전에는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 하냐고 했는데.

 

맥가현: 처음에는 노동단체, 진보단체에서도 “최저임금 1만원은 너무 한 거 아니야?” “7천원 정도 요구하는 게 맞지 않냐, 그게 현실적이다” 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랬던 단체들이 요즘은 ‘최저임금 1만원’을 같이 얘기하고 있다.

 

또 알바노조에서 청소년 노동교육을 나가고 있는데 전과는 달라졌음을 느낀다. 예전에는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물어보면 잘 모르고, 노동법 강의도 한 번도 안 들어본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최저임금이 얼마인지도 알고 있고, 주휴수당에 대해서도 정확히는 몰라도 그런 걸 들어봤다는 청소년들이 많다.

 

-<가현이들>에 보면 알바노조 조합원이었던 여성이 ‘맘상모’(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에서 상근하게 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레가현: ‘맘상모’가 급성장했다. 사장님들이 많이 가입했다. 사업주들도 알바들한테 돈을 착취하는 게 아니라, 진짜 문제는 지대를 가져가는 사람들이나 프랜차이즈 본사에 있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맥가현: 알바노동자의 진짜 적은 눈앞에 보이는 사장님이 아니라 본사, 건물주 이런 사람들이지 않나. 대기업이 횡포를 덜 부리면 을(사장)과 을(알바노동자)이 서로 연대해서 살 수 있다. 2016년엔 최저임금을 인상을 요구하는 국면에서 ‘상생하자’는 취지로 ‘맘상모’와 같이 활동했다. “가게 임대료를 낮추고 최저임금 올리자”, “대기업의 수탈, 횡포를 막자”는 얘기를 했다.

 

윤가현: ‘맘상모’에서 새로 가입하는 사장님들에게 근로기준법 교육을 한다고 들었다. 알바 권리는 지켜주고 장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의무교육을 만들었다고 한다.

 

▶ 윤가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가현이들> 중에서.


-<가현이들>은 20대 여성들의 알바노동과 투쟁을 다뤘다. 감독의 나레이션 중 “대학을 다니는 가현이들과 대학 나오지 않은 나와 모두 같은 선상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대목이 있었는데, 정말 그럴까.

 

윤가현: 솔직히 알바노조 활동을 하면서, 이 운동이 나를 안아줄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나를 쉽게 배제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도 생각했다. 언론에서 청년실업을 얘기하는데 그 ‘청년’ 안에는 내가 없었다. 그 ‘청년’들은 4년제 대학 나오거나 2년제 전문대라도 나온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알바노동에 있어서 그런 스펙도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본다. 예전에는 좋은 대학을 다니면 괴외라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연세대 근처 길을 가면 거기 가게들은 다 연대생이 알바하고 있고, 회기역 근처에 가면 다 경희대생들이 편의점에서 알바하고 있다. ‘꿀알바’라는 과외도 더 이상 수요가 없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과연 이 친구들과 내가 차이가 많이 나는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을까? 지금 현실만 봐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에 회사원들이 오는 스윙댄스 모임에 나가봤다. 얘기 들어보니 정규직 월급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더라. 중소기업 다니면 월 200만원은 받는 줄 알았는데 기본급이 140, 150만 원 정도라고 했다. 최저임금이랑 그렇게 큰 차이가 안 나는 거다.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도 그렇다. 그 사람들이 일을 얼마나 많이 하겠나. 야근하고 잠 조금밖에 못 자고… 이 사람들이 엄청 많은 돈을 받는 건가 했을 때 그렇지 않은 것 같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노동환경은 다 같은 선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대부분 청년들의 일자리가 열악하다는 뜻인가?

 

윤가현: 그렇다. 그리고 ‘알바’라고 부르는 일자리에서 일하는 연령층도 더 넓어지고 있다. 최근의 이랜드 임금체불 건만 봐도 언론에서는 ‘알바생 등골 빼먹었다’는 식으로 표현하지만, 이랜드의 외식업체인 ‘자연별곡’에서 일하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젊은 사람만 있지 않다.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은 중년여성들이다. 캐시어도 마찬가지다. 알바를 ‘청년’의 문제로만 한정지을 순 없다.

 

맥도날드나 롯데리아에 오전에 가면 주문 받는 사람들이 다 주부(중년여성) 사원이다. “정년퇴직하면 치킨집을 차리거나 치킨집 알바를 하거나”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년, 노년의 일자리가 대부분 알바노동이다.

 

음식을 배달시키면 전에는 젊은 사람들이 배달을 왔다. 요새는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생겼는데, 거기에 등록해서 일하시는 분들이 다 오토바이로 배달 일 오래 하시던 아저씨들이다. 알바는 젊은 청년들만 하는 게 아니다.

 

▶ 윤가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가현이들> 중에서.

 

-알바노동과 알바가 아닌 노동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 같다. 하지만 여전히 둘 사이에 구분을 확실히 지으려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

 

맥가현: 맞다. 매장에 들어가서 실태조사를 할 때 “알바세요?”라고 물어보면 “전 알바 아닌데요”, “직원이나 매니저에요”라고 딱 선을 긋는다. 사실 매니저는 포괄임금제(연장, 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임금제도)로 임금을 받아서 야간수당을 못 받고, 알바보다 일은 더 많이 하고 돈은 적게 받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더 열악한 근무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알바노동자를 타자화한다. 불안정한 처지긴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스스로 믿고 싶어하는 것 같다. 정규직도 정리해고 하고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결국 다 알바처럼 되고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 싫어한다. 알바를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보니까.

 

윤가현: 알바를 하는 건 개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고등학교 때 공부 열심히 안 해서 알바하고 있고, 대학 좋은 데 못 가서 알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레가현: 알바노동자는 무책임해서 금방 그만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계속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상황적 맥락이 있다.

 

맥가현: 나도 제과점에서 일할 때 빵이 안 팔려서 짤렸다. 요즘은 회사에 들어가도 다 계약직이고 1년 남짓 일하면 대부분 계약이 종료되니까,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짤리면 그냥 또 딴 데 갈 생각하고. 그런 게 반복되는 거다.

 

윤가현: 알바노동을 타자화하면서 내 일은 아니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노동운동을 찍는 다큐멘터리 감독들도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쉽게 포기하고 쉽게 바꾸냐고 묻는다. 영화적으로도 “맥도날드랑 투쟁하는 장면을 좀 더 많이 보여줘야지, 왜 그렇게 쉽게 (장면이) 바뀌냐”고 말한다. 그 분들이 찍어왔던 노동현장은 늘 우직하게 한 곳에서 사측과 멱살 잡고 싸우는 거였고, 그래서 이 영화가 이해가 안 되나 보다.

 

▶ 윤가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가현이들> 중에서.

 

-요즘 페미니즘 담론이 확산되고 있다. 알바노동 현장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되는지.

 

맥가현: 여성 알바노동자들의 문제 제기가 좀 더 활발해졌다. 예전에는 매장에서 성희롱을 당해도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참고 다른 일을 구하거나 똥 밟았다고 생각하거나. 그러나 요새는 알바를 하며 겪은 성희롱을 폭로하고 알바노조에 가입하고 있다. 또 알바노조 행사를 하면 여성들이 본인이 당했던 성희롱, 성추행 사례들을 속 시원하게 얘기하기도 한다.

 

레가현: ‘꾸미기 노동’에 관한 감수성이 굉장히 높아졌고, 이게 노동권의 문제와 연결된다는 인식이 생겼다. CGV나 쥬시(생과일쥬스 전문점) 등에서 꾸미기 노동이 이슈가 되고 있다. 쥬시의 경우, 여성 알바노동자 구인공고에 “외모에 자신 있는 분만 지원하라”고 하고 시급마저 더 높게 책정해 문제가 됐는데, 본사 차원에서 사과를 하고 시정 조치했다. 한 프랜차이즈 제과점도 ‘여성은 화장해야 한다, 민낯금지’ 규정이 있어서 문제 제기했다. 사건이 진행 중이다.

 

맥가현: 알바노조 내부에서도 변화를 느낀다. 예전에는 행사에서 여성혐오 발언이 나왔을 때, 불편한 사람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거나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 줄 몰라서 어영부영 끝나버렸다. 요즘은 누군가 여성혐오 발언을 하면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사회자, 발언자가 바로 시정을 하고 사과를 한다.

 

-불안정한 노동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윤가현: 사람들이 20대 보고 불안정하다고 자꾸 이야기하는데, 정작 나는 이게 너무 익숙하다. 안정이라는 걸 겪어본 적 없으니, 불안이라는 말도 사실 와 닿지 않는다.

 

맥가현: 미래에 내가 일할 곳이 있을까, 취직할 수 있을까 많이 불안했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더라. 스펙 열심히 쌓은 친구도 불안해하는 건 마찬가지. 또 엄마 얘기를 들으면서 안도하기도 한다. 엄마가 계속 일을 바꾸셨다. 휴게소에서도 일하시고 경리도 하시고 학교 급식실에서도 일하셨고 음식점 주방에서도 일 하셨고…. 다양한 일을 했던 얘기를 듣고 나만, 우리 세대만 불안한 게 아니구나 생각한다.

 

윤가현: 내가 늙으면 할 수 있는 알바가 줄어든다는 게 불안하다. 서른 살만 돼도 서비스업에서 일하기 힘들다. 어떤 아주머니가 44살인데 한 뷰티숍에서 알바 구한다는 것 보고 전화했다고, 그곳 알바노동자들이 자기들끼리 낄낄 거리면서 웃었다는 얘길 들었다. 나이 들어 내가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노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최근에 많아졌다. 여성노동운동을 열심히 해서, 나이가 들어서도 일터에서 권리를 보장받고 일할 수 있게 만들어 놔야겠다고 생각했다.

 

레가현: 이 시대에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 같다. 난 그냥 술 먹고 노래방 가서 놀면서 해소하려고 한다. 요새 각종 마음치유 프로그램이 많은데, 그런 것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아, 고등학교 때 친구가 사주, 관상 보는 사람한테 내 사진을 보여줬는데 그 분이 내 사진에 넙죽 절을 했다. 앞으로 37년간 여성운동이 크게 성장할 건데 여성운동에 크게 기여할 사람이라고 했단다. (일동 웃음) 앞으로 30년 남았다. 굳게 믿고 있다. 앞날이 불안할 때마다 그 생각을 한다.

 

-큰 인물이 될 사람이라… 우리, 친하게 지내자. (웃음) 일다 Feminist Journal ILDA 


<가현이들> 공동체 상영 신청: 가현이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facebook.com/gahyun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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