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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적 여성대출을 규제해야 합니다”

<나한테 왜 빌려줬어요?>③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유나 인터뷰 (나랑 기자)



금융화 시대에 우리의 일상은 빚으로 점철돼 있다. 공부를 하려고 해도 집을 얻으려 해도 다 빚이다. 돈이 없고 신용이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이자가 싼 제 1 금융권(시중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다. 빈곤한 사람들에게 복지는 멀고 제2, 제3 금융권은 가깝기만 한 것이 한국사회다.

 

지난 10월 27일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들이 강남역 부근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캠페인의 제목은 ‘대출은 추심! 나한테 왜 빌려줬어요?’다. <이룸> 측은 “빚을 지고 연체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향한 비난을 멈추고, 마구잡이로 대출을 내어주고 수익을 노리는 금융권에게 왜 갚지 못할 돈을 빌려줬는지를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룸>의 유나 활동가를 만나서, 약탈적 금융이 성매매 현장에서 어떻게 여성들을 착취하고 있는지 얘기를 들어봤다. 유나 활동가는 약탈적 여성대출의 문제가 결코 성매매 여성들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여성빈곤의 문제임을 재차 강조했다.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은 약탈적 여성대출에 반대하는 <대출은 추심! 나한테 왜 빌려줬어요?> 캠페인을 벌였다. ⓒ일다


-캠페인 제목이 ‘왜 나한테 빌려줬어요?’인데요. 이러한 캠페인을 기획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TV를 보면 ‘여자이기만 하면 돈 빌려준다’, ‘여자면 비밀보장 해 줄게, 여기 와서 대출 상담 해!’ 하는 식의 여성우대 대출 광고들이 범람하고 있어요. 강남 거리에 뿌려져 있는 전단지들에는 ‘유흥업소 종사자는 무조건 우대 대출’해 준다고 써져 있고요. 제2, 제3 금융권이든 불법 사금융이든 왜 이렇게 여자들한테 돈을 빌려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걸까 궁금했어요.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돼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비정규직이 대다수인데다가 저임금에, ‘빈곤의 여성화’라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인데, 이 여성들이 원금과 이자를 다 갚을 거라는 (저들의) 확신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 질문을 시민들이랑 같이 해 보고 싶었습니다.”

 

-성매매 현장에서 여성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다가, 여성대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 텐데요.

 

“재작년에 <이룸>을 찾아온 내담자들이 있었어요. 한 모델기획사에서 모델을 시켜주겠다면서 여성들을 모집했대요. 모델기획사 대표는 찾아온 여성들에게 무료로 성형수술을 해 주겠다고 제안한 뒤에, ‘성형수술만 받고 도망갈 수도 있으니까’ 예방 차원에서 자신이 소개해 주는 대부업체에서 직접 대출을 받아서 자신에게 맡기면, 성형수술이 완료된 뒤 모델 일을 하게 되었을 때 그 돈을 되돌려주겠다고 했어요.

 

여성들은 대부업체 세 곳에서 약 삼백만원씩 대출을 받아서 대표에게 돈을 줬어요. 그런데 성형수술을 한 뒤에 대표의 말이 달라지는 거예요. 모델이 되기 위해서 필요하다며 해외 성매매, 국내 성매매, 070성인전화응대 같은 걸 강요한 거죠. 그런데다가 이 대표가 성형외과에 수술비도 내지 않고 여성들의 대출금을 가로채고 잠수를 탔어요. 결국 성형외과 측에서 대표를 고소했고 징역을 살게 됐어요.

 

그런데 돈을 빌린 여성들은 어디에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거예요. 성형수술 후유증 때문에 당장 일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900만원에 대한 이자를 갚으라고 추심(빚 독촉)은 계속 들어오고…. 도와달라고 <이룸>에 연락이 온 거죠.”

 

-<이룸>에서는 당시 그 사건에 어떻게 대응했나요?

 

“2004년에 성매매처벌법이 만들어지면서 ‘성매매를 전제로 한 선불금 채권은 무효’라는 규정이 생겼어요. 이 경우, 모델기획사에서 성매매를 강요한 것이고 성형수술비용은 일종의 선불금 같은 건데, 저희에게 연락을 한 여성들은 실제로 성매매를 한 건 아니어서 그 법을 적용할 수 없었어요. 또 성매매를 했다고 하더라도 대부업체에서 ‘그 여성들이 성매매 하는 줄 몰랐다. 돈만 빌려준 거다’라고 오리발 내밀면 그만이거든요.

 

일단 빚을 갚은 뒤 모델기획사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징역을 살고 있는 모델기획사 사장 명의의 재산이 없을 경우 이것도 소용이 없겠죠. 파산하기에는 여성들이 너무 젊고 빚 액수도 적은데다가, 개인회생을 하려면 5년 동안 소득의 일정 비율 금액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이 있어야 했고요.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오롯이 여성들만 채권자가 돼서 빚을 떠안게 된 거죠. 이 사례가 계속 저희 마음속에 남아 있었고 이후 비슷한 사례들이 들어왔어요.”

 

-포주는 뒤로 빠지고 대부업자가 여성들의 몸을 담보로 선불금을 빌려주는 형태네요. 2004년 성매매처벌법 제정 이후 성매매 현장에 이런 식의 변화가 많이 있었나요?

 

“달라진 부분도 있고 달라지지 않은 부분도 있어요. 성산업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다 보니까, 지방의 다방이나 집결지 같은 데서는 여전히 (유흥업소) 업주가 (돈을) 땡겨주기도 해요. 그런데 서류상으로는 업주 아닌 다른 사람이 빌려주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어요. 업주가 사채업자나 대부업자를 소개시켜주고 자기는 쏙 빠지는 거죠. 사채업자, 대부업자는 ‘나는 성매매 하는 줄 몰랐다, 돈만 빌려준 거다’라고 말하면 돼요. 사실상 선불금인데 성매매와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개인 빚’이 되는 거죠.

 

이렇게 여성들이 마치 성산업 바깥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는 식으로 옮겨가게 된 건, 한국 사회에 대부업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봐요.”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유나 활동가는 ‘여성우대 대출’은 ‘여성빈곤’의 상징이라고 지적한다.  ⓒ일다


-한국을 ‘사채업의 천국’이라고 하죠. ‘성산업의 천국’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지형에서 성산업과 대부업이 결탁한 거네요.

 

“한국은 자본금 천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등록해서 대부업을 할 수 있어요. 돈 빌릴 곳은 많으니까 여성들이 빚을 여러 군데서 땡겨요. 업주한테 빌리기도 하고 (업주가 소개해 준) 합법, 불법 대부업체에서 빌리기도 하고, 성매매 여성들이 직접 대출 받는 경우도 많아요. ‘러시앤캐시’ 이런 데가 아니라 그냥 일수업자들이요. 일수업자들은 많은 돈 안 빌려주거든요. 300만원, 400만원 이렇게 빌려주는데, 예를 들어 그걸 네 개 땡겨 쓰면 일수업자들마다 갚는 날짜도 다르고 이자 매기는 방식도 다 다르니까, 나중에는 얼마나 빌렸는지 얼마나 갚았는지 헷갈리는 거예요. 그걸 갚기 위해서 돌려막기를 하거나, 한꺼번에 갚으려고 또 큰 빚을 땡기기도 하죠.”

 

-한국의 성산업에서 여성들의 빚이 쉽게 불어나는 구조라는 건, 많은 사람들이 이제 알고 있는데요. 여성들이 계속 빚을 갚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추심(빚 독촉)이 들어오죠. 업주한테 돈을 빌린 경우, 업주가 직접 추심을 하는 경우는 없어요. 추심업체나 채권을 양도받은 신용정보회사가 하죠. 추심의 일환으로 업주들이 (여성들을) 사기죄로 소송을 거는 경우도 많아요. (성매매이기 때문에) 사기죄로 볼 거냐 안 볼 거냐는 경찰, 검찰의 판단의 몫인 거고, 업주들은 일단 막 걸고 보는 거예요. 업주들은 언니들이 도망가면 잡을 때 너무 편한 거예요. 사기죄로 걸면 경찰이 잡아다 주니까요. 어떤 경찰은 ‘아무리 성매매라도 일을 3일밖에 안 한 건 너무 하지 않냐, 이거는 사기다’ 라고 말하기도 해요.

 

대부업체의 경우에는 민사소송을 하거나 추심을 반복적으로 하죠. 그리고 오래 묵은 채권은 신용정보회사나 다른 개인에게 팔기도 해요. 그러면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추심을 하러 나에게 오는 거죠.”

 

-소송이 걸리면 경제사범으로 조사를 받게 되는데, 법적으로 ‘성매매 피해자’라는 게 참작 안 되나요?

 

“성매매처벌법이 제정된 이후에 여성들을 향한 업주들의 직접적인 폭력이 줄어든 대신에, 경제적인 예속은 강해졌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게 되게 교묘하고 심지어 합법적인 거라는 거죠. 여성들이 경제사범으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때는 피해자의 위치를 갖기 힘들어요. ‘네가 성매매 피해자든 아니든 빌린 돈은 갚아야지, 안 갚으면 넌 사기 범죄자야’ 이런 인식. 공권력이 움직이는 방향 자체가 채권자 편이다보니까, 여성이 채무자인 한 내가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했든 강제적으로 했든 범죄자가 돼 버리는 거예요.”

 

-추심(빚 독촉)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한국에서는 채무자를 악랄하게, 무자비하게 추심하는 게 가능해요. 법적인 규제가 별로 없어요.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추심할 때 지금 사회의 성차별 문화, 여성이 약자의 위치에 있는 걸 적나라하게 활용해요. (빚을 진) 남자들은 사채업자나 추심업자들에게 대거리를 하기도 한다고 알고 있어요. 같이 싸우고 부딪치는데, 여자들은 물리적인 힘도 약하고 너무 무서워하면서 대응을 잘 못 해요.

 

비밀이라는 것 자체도 약점이 되는 거예요.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은 말할 것도 없죠. ‘네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리겠다’는 말만으로 언니들이 미친 듯이 돌려막기를 하니까. 저희 내담자 중에서도 엄마한테 추심을 하러 간 경우가 있었어요. 엄마한테 ‘당신 딸이 돈 얼마 빌렸다, 딸래미가 뭐 하고 사는 줄 아냐’ 부풀려 말하면서 실제로 집 아래 가게 사장한테 딸이 뭐하는지 귀띔도 하고… 그러면 엄마도 확 겁을 먹죠. 사채업자들은 아빠를 추심 대상으로 삼진 않아요.

 

성매매 현장을 떠나서 결혼해서 살고 있는데 ‘남편한테 알리겠다, 애기 돌잔치에 가겠다.’ 이 말 한마디만 하면 여성들이 어떻게 해서든 돈을 갚을 수밖에 없어요. 대부업체가 가난한 성매매 여성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반드시 회수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가 바로 ‘추심이 쉽다’는 거예요.”

 

-여성들이 성매매 현장을 떠나고 한참 후에도 추심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가요?

 

“<이룸>과 상담한 한 여성은 처음에 업주한테 빌린 선불금이 400만원이었는데 일하다 보니까 빚이 불어나서 천만원이 넘어버렸어요. 도저히 갚을 수 없어서 도망 나와서 한 5년이 지났는데, 업주로부터 대여금(선불금) 소송이 걸려왔어요. 이 사례는 상사채권(상행위로 발생한 채권으로 소멸시효가 5년이다. 이 경우 사장이 종업원한테 상업적인 목적으로 돈을 빌려준 경우로 상사채권에 해당)이어서, 소멸 시효를 주장해서 저희가 승소했어요.

 

처음에 선불금을 받거나 사채업자한테 돈을 빌릴 때, 여성들한테 차용증을 안 주는 게 관행이에요. 업주랑 같이 가서 차용증 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채권자 정보에 모르는 사람 이름이 적혀 있다거나, 분명히 일해서 갚았는데 안 갚은 걸로 돼 있다거나… 탈(脫)성매매 이후에도 언제 돈 갚으라고 날아올지 모르는 거죠.”

 

-약탈적 금융은 결국 여성들의 몸을 믿고 돈을 빌려주는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한국사회의 성산업이 굉장히 탄탄하잖아요. 여성들의 몸을 통한 기대수익을 가늠하겠죠. 얼마 전 신문 기사를 봤는데 전북에 있는 한 읍에서 안마시술소 하나를 운영해서 1년 5개월 동안 벌어들인 돈이 13억 원이래요. 한 번에 화대가 18만원인데 계산을 해보니까 1년 5개월 동안 성매매가 7천 건 있었던 거예요. 이런 호황이 또 있을까요? 성매매 업소가 전국에 수없이 많고 그만큼 돈을 벌어들이니까 대부업체들이 믿고 돈을 빌려줘도 되는 거죠.”

 

▶ 지난 12월 7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이룸> 포럼 “성형대출의 구조적 책임을 묻다: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의 공모” ⓒ출처: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다시 ‘나한테 왜 빌려줬어요?’ 캠페인 얘기로 돌아와서, 이 캠페인 제목은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인 거네요.

 

“‘여성우대 대출’을 해주겠다는 대부업자들이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분명히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죠. <이룸>에서 생각하기에 그 믿는 구석은 한국 사회의 탄탄한 성산업, 그리고 성차별적 문화에요.

 

우리는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한다’는 것이 절대 상식이 된 사회에서 살고 있어요. 그런데 돈을 못 갚는 채무자만 문제인 걸까요? 저희는 빌리고 갚지 못하는 채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못 갚을 가난한 여성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약탈적 금융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한테 왜 빌려줬냐’고 (오히려 저들에게) 묻는 거예요.”

 

-약탈적 대출을 규제하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 같습니다. 그런데 당장 써야할 돈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죠? 돈이 필요한데…

 

“그러니까 금융으로는 이걸 해결할 수가 없어요. 고리대를 불법적으로 높게 매기지 않아도 한국은 이미 이자제한법 상의 이자(27.9%)도 너무 높아요.”

 

-그렇다면 기본소득 운동을 벌여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결국 ‘복지’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요. 저희는 계속 성매매 문제로만 한정지어서 얘기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요. 이게 꼭 성매매 문제여서 해결돼야 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빈곤 문제가 해결되고 복지 시스템이 갖춰져야 성산업이 축소될 수 있다고 봐요. 주거권도 마찬가지인데요, 언니들이 갈 데가 없잖아요. 그렇다고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쉼터나 그룹홈을 많이 만드는 게 대책이냐. 언제까지 ‘성매매 피해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에 복지를 따 내야 되나 회의가 들어요. ‘보편적인 복지’가 보장된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거든요.”

 

-인터뷰의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거칠게 말하자면, 여성대출 상품은 모든 여성들의 성매매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봐요. 성산업에 있는 여성만이 그 대상이 아니라 ‘모든 여성이 성산업에 들어가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는 거죠. 여성대출은 결코 여성우대의 상징이 아니라 여성빈곤의 상징이에요. 가난하고 자원 없는 여성들의 곁에 ‘복지’가 아니라 ‘약탈적 금융’이 있는 현실. 이제는 여성운동이 약탈적 여성대출을 규제하는 운동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나랑 기자 Feminist Journal I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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