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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연소되는 하루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30) 오직 할뿐


※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간과 자연,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현재 비주얼 에이드visual aids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절에 49재가 두 개나 들어왔어.”

“와~! 오랜만의 수입이네! 잘됐다.”

“예전 신도분이 돌아가셨어.”

“어… 어.”

“음….”

 

신랑과의 통화 중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시댁은 가난한 절이다. 대부분의 수익은 부처님 오신날 등값과 사람이 죽은 뒤 치르는 불교식 제사의례인 49재에서 얻는다. 솔직히 망자의 죽음에 대한 슬픔 이전에, 수익에 대한 기쁨이 무의식적으로 올라왔다.

 

우리는 기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생각을 덧붙이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것이었다. 솔직하게 하나하나 차례대로 행동하기로 했다. 일이 들어온 것에 대한 기쁨은 당연한 거고, 이제 49재를 지내는 의식에서는 ‘망자를 기리는 일’이 남은 것이다.

 

덧붙이는 생각 없이 그냥 먹고, 그냥 걷고, 그냥 일에 집중하다 보니, 잡념도 없이 완전 연소되는 하루가 지나간다. 아무런 찌꺼기도 남지 않는.  (이두나 여성주의 저널 일다

 

▶ 완전 연소되는 하루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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