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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은 약보다 강하다”

연탄과 함께하는 글쓰기치료(2) 글쓰기에 대한 실험연구



※ 글쓰기 치료를 전공하고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연탄’이 글쓰기를 통해 과연 심리적 치유가 가능한지, 글쓰기 치료는 어떻게 하는 건지, 왜 굳이 글쓰기 치료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pill.”(펜은 약보다 강하다)

 

1999년 영국 <가디언>지 기사 제목이다. 기사는 만성질환인 천식과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글쓰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표출함으로써 증상이 호전됐다는 미국의 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조슈아 스미스(Joshua Smyth)가 이끈 연구팀은 글쓰기의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천식과 관절염 환자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경험에 관해 3일간 연속해서 20분씩 글쓰기를 하도록 했다. 동시에 나머지 통제집단 환자들에게는 그저 일상의 계획을 적어보도록 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에 관해 글로 썼던 실험집단의 천식환자들은 20%의 폐 기능 향상을 보였다. 관절염 환자들은 3분의 1 수준 이하로 통증 완화를 나타냈다. 반면, 일상 계획만 적었던 통제집단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만성질환자의 증상이 호전되다

 

 ▲ 페니베이커(James W. Pennebaker)의 <Writing to Heal>(2004)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우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몸과 마음의 병은 상호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글로 솔직히 풀어냈을 때, 몸과 마음에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글쓰기와 신체적 건강의 상관 관계나 글쓰기가 어떻게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는 데 효과적인 ‘약’이 될 수 있는지를 검증한 연구들은 많다. 대표적인 것이 페니베이커(James W. Pennebaker)의 ‘표현적 글쓰기’(expressive writing) 연구이다. 1986년 그의 연구를 시작으로 비로소 글쓰기 치료에 대한 본격적인 실험연구들이 진행되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페니베이커가 글쓰기 치료의 잠재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우연히 거짓말탐지기 전문가와 교류하면서였다. 거짓말탐지기는 심장 박동률, 혈압, 호흡수 등과 같은 생리적인 변화를 측정하는데, 사람들이 진실을 털어놓을 때 생리적 스트레스 수준이 큰 폭으로 낮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에 착안해 그는 억제된 감정과 생각을 표출하는 것이 건강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가설을 세운다. 그리고 1986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적 외상 경험에 관해 글을 쓰는 이른바 ‘표현적 글쓰기’를 처음 실시하였다. 결과는 실험 참여자들이 외상 경험에 대한 억압되고 회피된 정서를 ‘직면’하고 ‘노출’함으로써 질병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가 평소의 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또다른 연구(1988년)에서 ‘표현적 글쓰기’를 통해 실험 참여자들의 면역체계 기능을 나타내는 활성화된 T림프구 세포 수치가 증가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글쓰기를 통해 면역기능을 강화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글쓰기가 곧 ‘마음의 비타민’이 된 셈이다.

 

글쓰기를 통해 면역력 강화 효과도 얻어

 

프로이트 이래 전통적으로 심리상담, 심리치료라고 하면 주로 ‘말하기’를 통해 이뤄져 왔다. 때문에 ‘글쓰기’가 과연 심리치료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에 답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검증한 몇몇 연구들을 소개하였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방법들이 글쓰기 치료의 전부는 결코 아니다. 사실 ‘글쓰기 치료’라는 것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간단히 말하자면 스펙트럼의 한 끝엔 인문학적 접근의 창의적 글쓰기(창작)가 있고, 나머지 끝에는 과학적 접근의 구조화된 글쓰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지향점이 어디에 있든 일단 글쓰기 치료에 대한 포괄적 정의를 내리자면, “글쓰기 치료는 자발적 또는 치료사(연구자)의 제안으로 내담자가 표현적 또는 성찰적 글쓰기를 통하여 자신의 신체적, 심리적 증상을 개선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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