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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난 서울사람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7)

 

※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간과 자연,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현재 비주얼 에이드visual aids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직장에서 파트타임 근무를 하게 된 후, 휴무의 첫 주가 시작되었다. 당연히 나는 문경으로 내려와 신랑과 함께 지냈다. 그리고 길 잃은 강아지마냥 방황하였다.

 

‘낭만적인 시골살이를 조금이나마 느껴보는 거야’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내려와 막상 집 공사 현장에 놓여지니, 뭘 해야 될지 몰라 신랑의 뒤만 쫓아 다녔다고 봐야 한다. ‘서울에서 일하고 있다’라는 자신감은 그저 직장에 있을 때뿐이지, 시골에서는 내 할 일을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 같다고 해야 할까?

 

아침밥을 먹고 나면 개밥, 닭밥, 고양이밥 주고 집 공사의 연장을 챙긴다. 그리고는 내가 무얼 해야 할지 신랑의 눈만 바라본다. 그래도 3년 간의 ‘주말 시골생활’을 했으면 내 일 정도는 있어야 할 텐데, 그동안 나도 참 게을렀지.

 

한 주의 중간, 하루의 중간에 문자가 온다. “두나씽.. 오늘은 할 일 좀 찾았어?” 가까이 사는 동갑내기 화가 친구가 보낸 문자를 보니 정신이 더 번쩍 든다.

 

집 짓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 채 다시 서울로 돌아와 출근버스의 만원인 사람들을 보니, 묘한 긴장감과 함께 익숙함이 느껴진다. 아직도 난 서울사람인갑다.  이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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