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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어랏 나왔네!
사사의 점심(點心) 시골살이[28] 전국노래자랑

 

 

※ 경남 함양살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 생생멸멸(生生滅滅) 사는 이야기를 스케치해보기도 하고 소소한 단상의 이미지도 내어보려 합니다. [작가의 말]

 

 

지난 달 방영된 KBS 전국노래자랑은 내가 살고 있는 함양군이 무대가 되었다. 노래 솜씨가 좋은 지인이 본선에 진출해, 몇몇 이들과 함께 응원의 힘을 불어넣고자 프로그램 현장에 참석하게 되었다. 방청석은 대부분 어르신들과 장년의 함양군민들로 꽉 찼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분들이 짝짝이를 치거나 덩실덩실 춤추는 모습은 노래자랑 프로그램에서 쉽게 접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방영 직후, 서울에서 엄마로부터 방청석에 앉아 응원을 하는 내 모습을 TV로 봤다며 연락이 왔다. 그때만 해도 ‘어? 그런가 보네’ 하고 가볍게 넘기며, 정작 나는 TV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 후 한동안 함양 곳곳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하나둘 부쩍 늘었다. 마을주민들을 비롯해 읍내의 상점주인, 택배 배달하는 무뚝뚝한 아저씨까지 아는 체 해오니 당황스럽기도 하거니와 쑥스럽기 그지없었다. 노래 경연에 출전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박수치는 모습이 몇 번 화면에 비쳤을 뿐일 텐데, 단번에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 신기할 따름이었다. 곧 이사를 가게 될 새 집(읍으로 이사하게 되었다)의 주인도 ‘함양 연예인이 오셨네~’ 하며 농담을 건네니, 쑥스러움은 자꾸만 늘어갔다.

 

이런 응대가 몇 주 사이에 빈번하자, 함양에 사는 사람들이 온통 나를 알아 볼 것만 같은 기분에 (평소보다) 조신한(?) 행동과 말씨를 유지해야겠다는 조심성이 자연발생적으로 올라왔다. 방송 이후 약 한 달간은 머리도 잘 묶고 외출할 때 옷차림을 한 번 더 살폈다. 무엇보다 상냥하지 않은 나의 표정과 말씨가 무의식중에 나올까봐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언제 어디서 나를 알아볼 낯선 지역민을 만날지 모르니!   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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