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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알선 이익의 절반, 건물주가 챙겨
장소 제공 행위는 성매매 산업의 강력한 연결고리

 


46세의 부부 A씨와 B씨는 작년 5월부터 경기도 포천시 신읍동에 있는 4층 건물에서 성매매 알선영업을 해왔다. 이들이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업주이지만, 단속에 대비해 속칭 ‘바지사장’(사업자등록을 할 때 명의만 빌려주고 그 대가를 받는 사람)인 56세의 남성 C씨의 이름을 걸고 영업을 해왔다. 이처럼 업주들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또 단속 이후에도 명의만 바꿔 다시 영업할 수 있기 때문에 ‘바지사장’을 둔다.


2014년 성매매 장소제공자 공동고발 지도. (노랑:안마시술소, 빨강:유흥주점, 파랑:집결지 총 87곳)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그리고 이 업소가 들어선 건물의 주인은 부부 관계인 D씨(남성, 57세)와 E씨(여성, 58세)다. 이들은 A씨 부부가 성매매 영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건물을 임대해줬다.

 

올해 3월, 경찰 단속에 걸리자 ‘바지사장’인 C씨는 자신이 진짜 사업주인 것처럼 행세했고 A씨는 종업원인 것처럼 속였다. 그러나 이들의 거짓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들통 났다.

 

의정부지방검찰청(검사 김효진)은 이들의 계좌를 추적하고 통화 내역과 범죄전과 등을 분석한 끝에, A씨 부부가 성매매 업소의 진짜 사장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A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영업 장부를 찾아냈다. 이들은 10개월 동안 약 7억 원 상당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 3억7천만 원은 업주인 A씨 부부가, 3억6천만 원은 건물주인 D씨 부부가 챙겼다.

 

업주인 A씨와 건물주 D씨는 구속됐고, 이들의 부인들과 ‘바지사장’ C씨는 불구속 기소됐다.

 

검사는 실제 업주인 A씨 부부의 수익에 대해 추징(범죄 행위와 관련된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경우 그에 상당하는 돈을 대신 몰수하는 것)보전을 청구했다. 또 C씨 부부가 소유한 건물에 대해서는 몰수보전(몰수할 대상이 되는 불법 수익을 미리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 검찰 측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여 결정됨)하고 수익에 대해선 마찬가지로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이 사례를 보면, 성매매 알선업 범죄로 발생한 수익 중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건물주가 챙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매매 장소를 임대해주고 막대한 경제적 수익을 얻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성매매 산업을 지속시키는 중대한 요인 중 하나다.

 

현행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 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 역시 성매매 알선행위로 보고 처벌하게 되어 있다. 또 이러한 행위로 인해 얻은 금품이나 재산은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價額)을 추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 규정은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왔다.

 

“내 건물에서 성매매 영업하는 줄 몰랐다” 발뺌

 

성매매방지법 시행 11주년을 맞아 9월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성매매 영업에 토지나 건물을 임대하는 행위에 관한 논의의 자리가 열렸다. “성매매 장소 제공자들의 불법수익 어디까지인가?” 토론회는 ‘국회 성평등정책 연구포럼’과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이하 전국연대)가 공동 주최했다.

 

작년 9월, 전국연대 소속 상담소들은 성매매 알선영업에 장소를 제공한 87명에 대해 공동 고발한 바 있다. 이들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알선업자가 이미 성매매방지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87개 사건의 해당업소 건물주들이다. 이중엔 업소의 명의만 바뀌어 여전히 성매매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들도 있었다.

 

▲  2014년 9월 19일 성매매 장소로 제공된 건물의 건물주 등에 대한 공동고발 기자회견.  © 전국연대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우정희 팀장은 이날 공동고발의 결과를 발표했다. 87명에 6명이 추가돼 총 93명의 건물주가 조사를 받았다. 안마시술소 3건은 전부 ‘혐의 없음’ 처분이 났고 유흥업소의 경우 37건 중 ‘각하, 공소권 없음, 수사 중’을 제외하고 19건이 역시 ‘혐의 없음’ 처분이 났다. 결과적으로 안마시술소와 유흥업소 장소 제공자는 기소가 되지 않았다.

 

성매매 집결지의 경우는 53건 중에서 총 34건이 기소되었는데, 이마저도 약식 기소로 1백만 원에서 7백만 원의 벌금형에 그쳤을 뿐 건물이나 토지의 임대 수익에 대한 몰수, 추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안마시술소와 유흥업소 등의 장소제공자들에 대해 이렇게 ‘혐의 없음’ 처분이 많이 나는 이유는 건물주들이 “안마시술소 혹은 술집인 줄 알고 있었으며 성매매를 하는 줄 전혀 몰랐다”면서,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기 때문이다.

 

의정부지방검찰청 김효진 검사는 “업주와 건물주 사이의 임대차 계약은 내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건물주가 성매매 사실을 알면서 건물을 제공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업주 또한 건물주에게 고액의 보증금이나 권리금을 돌려받아야 하거나, 같은 건물에서 명의만 바꿔서 계속 영업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건물주와는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진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미 성매매 알선영업으로 처벌을 받았음에도, 수사 기관에서 해당 건물주까지 확대해서 수사한 경우는 집결지 중 일부에 그쳤다는 것이다. 안마시술소나 유흥업소, 그리고 일부 집결지의 건물주들은 이 건물에서 성매매 영업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고지조차 받지 않았던 것.

 

“성매매 영업에 대해 처벌받는다고 해도 건물주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해당 업소는 사업자만 변경해서 언제든 불법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장소 제공자인 건물주가 반드시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영업보다 장소제공 행위를 더 강력처벌하는 프랑스

 

'성매매 경험여성 자활이야기' 전시회 중에서. 작품명 <살고싶다>  ©대전여성자활지원센터 '너른 마당'- 희망의 문 
 

성매매 산업은 성매매 영업에 장소를 제공하고 임대수익을 얻는 건물주뿐 아니라, 건물이나 토지에 투자를 해서 높은 배당금을 챙기는 투자자들도 연루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 이런 행위에 대응을 하지 않고 있지만, 프랑스의 법은 이를 성매매 방조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형법 제 5장 ‘사람의 존엄성에 대한 침해의 장’에서 성매매 영업 방조 행위로 ‘성매매 영업에 제공되는 시설을 소유, 관리, 경영, 감독, 유지하는 행위’와 더불어 ‘동 시설의 전부나 일부에 출자하는 행위’까지 포함하고 있다. ‘성매매 장소로 이용되는 자동차를 매도하거나 임대, 이용하도록 하는 행위’도 불법으로 규정한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장소’ 제공 행위를 ‘영업’ 행위보다도 오히려 두 배 가량 높은 형으로 처벌한다는 점이다.

 

법무법인 ‘원’의 원민경 변호사는 “한국도 2014년부터 수사 기관이 적극적으로 성매매 장소 제공 행위를 단속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장소 제공 행위는 보조 행위나 부수적 행위일 뿐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밝혔다.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사람은 구속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일만큼 단속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원민경 변호사는 “성매매 장소 제공 행위는 성매매 산업이 지속되는 강력한 연결고리인만큼 강력하게 처벌하고, 범죄로 인한 수익 또한 제대로 몰수 추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몰수 추징된 재원, 성매매 여성 자활에 쓰여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몰수, 추징된 재원의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현재 성매매로 몰수, 추징된 범죄 수익은 국고에 귀속되어 일반예산으로 사용되고 있고 이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는 상태다.

 

형사정책연구원 장임다혜 부연구위원은 “성매매로 발생한 범죄 수익을 몰수, 추징하는 목적은 성매매 범죄를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을 차단해서 성매매를 근절하고자 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이로 발생한 재원 역시 성매매 범죄의 예방 및 근절에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임다혜 부연구위원은 ‘성매매 수익 환수기금’(가칭)을 조성하고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기금이 주되게는 탈(脫)성매매 여성의 자활(自活)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성매매로 유입되는 만큼,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성매매 범죄 예방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이다.” .  나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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