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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어른도 당신도…모두가 ‘귀한 분’
<너는 착한 아이야> 원작 소설가 나카와키 하쓰에

 

 

“영화로 만들어지는 게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나카와키 하쓰에 씨는 말했다.

 

2012년 일본에서 출판이 되자마자 츠보타 조지 문학상과 2013년 서점대상 4위에 빛난 <너는 착한 아이야>(홍성민 역, 작은씨앗. 2013). 우유부단한 초짜 선생님과 어릴 적에 학대를 받아 마음의 상처를 입은 엄마, 전쟁의 기억과 함께 사는 늙은 여인이 엮어내는 ‘학대’를 소재로 한 이 단편소설집이 영화화되어 같은 제목으로 6월 27일부터 일본 전역에 개봉되었다. 이를 계기로 원작자 나카와키 하쓰에 씨를 만나보았다.

 

굶어죽은 남매 사건을 보며 소설을 집필하다

  

▲ 한국에도 번역 출간된 나카와키 히쓰에 <너는 착한 아이야> 
 

책의 집필 계기는 2010년에 일어난 오사카 유아 남매 방치 사망 사건이다. 3세 여아와 2세 남아가 어머니의 육아 방기로 인해 굶어죽은 비극이다. “학대에 대해서 쓰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계속 나중으로 미루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사건이 일어나고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신문에는 심심치 않게 부모가 아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기사가 실린다. 하지만 “사건을 되짚어보면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마찬가지예요” 라고 나카와키 하쓰에 씨는 말한다. 아이를 때리고, 엄하게 훈계하고, 육아를 방기하고, 무관심하고, 있는 그대로의 아이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개와 산책만 해보아도 학대를 눈치 챌 수 있다고 저는 곧잘 말해요. 시골이든 도시든 경제적으로 풍요롭든 3대가 같이 살든 어디든,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소설의 배경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신흥주택가다.

 

학대를 받은 사람뿐 아니라 학대를 한 사람에게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학대를 한 측’이 떠안고 있는 깊고 무거운 짐에 대해서다.

 

“아동학대 가해자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학대를 한 측의 괴로움을 헤아리지 않으면 학대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자신에게도 ‘너는 착한 아이야’라고 말해주길 나카와키 씨는 바란다. 그리고 누구든 자신을 둘도 없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마을에서 한 명 한 명은 힘이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그런 염원과 희망이 담긴 소설이 <너는 착한 아이야>이다.

 

오미보 감독에 대한 신뢰와 아름다운 영상, 아역을 비롯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로 인해 자신의 소설이 영화화되는 것에 대한 불안은 말끔히 사라졌다고 한다.

 

동네 어른들은 우릴 ‘귀한 분’이라고 불러줬어요

 

나카와키 하쓰에 씨(1974년생)는 고치현의 시만토 천변에서 자랐다. 부모님이 생계벌이로 바빴기 때문에 고작 생후 1개월 반이 되었을 때 ‘애 봐주는 사람’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손에 맡겨졌다. ‘엄마’가 몇 명이나 있었다. 그 후에도 부모님 대신 여러모로 뒤치다꺼리를 해준 것은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귀한 분’이라고 불리며 자랐습니다. 저뿐 아니라 그 동네에 살던 여자아이들은 전부 그렇게 불렸어요. ‘어서 오세요, 귀한 분’이라고.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행복한 어린 시절이었는지 몰라요.”

  

▲  오미보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올해 6월 일본 전역에 개봉된<너는 착한 아이야>의 한 장면.  
  

초등학교 6학년 때, 선생님에게서 빌린 야나기타 쿠니오(1875-1962, 민속학자)의 <도노이야기>에 빠진 이후 줄곧 민속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물고기처럼>으로 제2회 보창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하고서도 말이다. “소설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웃음). 지금도 꿈은 민속학자예요.”

 

대학에서는 민속학을 전공했다. 원체 사람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한다. 어딘가에 가면 반드시 그곳의 어르신들에게 고장 이야기를 듣는다. 가끔 혼자서 먼 섬에 가서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렇게 들은 이야기는 나카와키 씨 작품의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어줬다.

 

어디에도 다다르지 못한 목소리를 전하는 일

 

옛날이야기를 다시 쓰기도 인생의 작업이다. 모모타로, 난쟁이, 우라시마타로… 낡은 테이프나 문헌에는 일본 각지에서 여성이 활약하는 옛날이야기가 많은데, 왜 이렇게 라인업이 치우쳐있을까 하고 <여자들의 옛날 이야기>(2012)를 출판하였다.

 

“여자아이든 할머니든 자기 힘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이야기라는 기준으로 골랐습니다. 여성이 혼자서 아무 제약 없이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결말을 가진 이야기도 꽤 많아요. 그리고 인생에 발을 내딛기 전의 아이에게 지금은 작지만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괜찮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길러주기 위해서 옛날이야기가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여자아이든 남자아이든요.”

 

나카와키 씨는 “저에게 소설은 작아서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나 어디에도 이르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있는 목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최근 작인 <세계 끝의 아이들>에서는 전쟁 중에 만주에서 만난 세 여자아이들의 전후 70년을 그렸다. 어르신들에게 이야기를 듣는 가운데 나오는 전쟁의 경험은 오랫동안 쓰고 싶었던 소재였다. “전쟁은 과거가 아니다. 체험자는 계속 그것과 함께 살아간다.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들의 목소리는 어떤 형태로든 남기고 싶다. 아직 살아계시는 동안에.”

 

자기에게 들려온 목소리를 오롯이 전달하는 나카와키 씨. “살아있는 동안에 전부 쓸 수 있을까요?” 나카와키 씨를 통해 전해지기를 기다리는 목소리가 분명 수없이 많으리라.  가시와라 토키코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가시와라 토키코 인터뷰, 고주영 번역)   여성주의 저널 일다    |   영문 사이트    |     일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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