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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길 행진 
사사의 점심(點心) 시골살이(19) 함양 읍내 대로를 걷다

 

※ 경남 함양살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 생생멸멸(生生滅滅) 사는 이야기를 스케치해보기도 하고 소소한 단상의 이미지도 내어보려 합니다. [작가의 말]

 

 

 

                 ▲ <밥길 행진>  © 일다 - 사사의 점심(點心)   


의무급식을 되찾기 위해 함양군 주민과 아이들이 7백여 명이나 모였다. 그리고서 ‘밥은 교육이다’ 슬로건을 높이 들고 읍내로 향했다. 어른이든 아이든 빈손이 아니다. 손글씨로 꾸민 피켓, 깃발을 매단 대나무 가지, 풍선, 꽹과리, 북, 전단지 등이 들려있다. 열살짜리 소년은 이웃집 여섯살 소녀의 손을 꼭 잡고서 어른들을 따른다.

 

행렬 따라 늘어선 경찰 인원도 만만치 않다. 아마 함양군 경찰들은 모두 동원된 듯하다.

 

꽹과리와 북이 선두에 서고 피켓을 든 학부형들이 그 다음을 이었다. 그리고 주민과 학생들, 부모 따라 온 어린아이들이 따라 걷는다. 이 시골읍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며 읍내 대로를 걷는다는 것은 항일운동 이래로 매우 드문 일이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조금 흥분되어 보였다.

 

“어, 나오셨어요!”

“한결이도 나왔네. 장하구나.”

“서현 아빠, 걸으면서 저랑 함께 이 전단지를 나눠줍시다.”

 

친구 사이인 계집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안부 인사와 격려의 이야기 속에 간간히 들려온다.  꼬리에 꼬리를 문 대나무 가지에는 작은 깃발들이 각각의 메시지를 담고 머리 위에서 펄럭인다. 꽹과리와 북소리가 종종 들려온다. 격하지 않아도 충분히 에너지가 넘친다. 다리가 조금씩 아파오지만 얼굴에서 미소가 줄지는 않는다. 서로 격려하고 함께 외치고 걷는다. 작은 읍내 길을.

 

시장을 지날 때는 방앗간에서 떡을 나눠주고

병원을 지날 때는 약국에서 박카스 몇 박스를 ‘협찬’해준다.

상림공원 부근에서는 할머님들이 무언의 박수를 쳐주신다.

 

시골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걷기대회’로 시위에 동참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큰 사건이다. 행진 대열 안에 있는 사람들과 밖에 있는 이들의 마음이 다르지 않고 시위가 마치 축제판 같아, 낯설면서도 마음 가벼워진다. 진중하면서도 경쾌한 이 행진이 아이들에게 드리워진 마음의 그늘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것 같아서.  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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