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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전기흐른 “살아있었네”     

음악칼럼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의 편집자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의 운영진입니다. www.ildaro.com

신스팝 듀오 밴드, 전기흐른
 
우선 “살아있었네”라는 곡은 10월 1일 발표된 신스팝 듀오 전기흐른의 EP [길티 플레저]를 통해 먼저 공개되었다. 그리고 오늘 29일 [이야기해주세요 – 두 번째 노래들]에 수록되며 다시 공개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전기흐른은 누구이며 두 앨범은 어떤 작품인지, 또 이 곡은 어떤 곡이며 왜 오늘 이 곡을 소개하는지 이야기하면 될 것 같다.

▲ 전기흐른은 2010년 '흐른'과 '류호건' 두 사람이 결성한 신스팝 듀오밴드다.  © 전기흐른 페이스북 
 
전기흐른은 2010년 즈음 결성된 신스팝 듀오 밴드이다. 밴드는 싱어송라이터로 다양한 음악적 색채를 소화해 온 ‘흐른’과 프렌지, 아일 등의 밴드에서 기타를 맡아 온 ‘류호건’ 두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흐른은 전작 [Leisure Love]를 통해 어느 정도 EDM(Electronic Dance Music)의 면모를 상당히 많이 보여줬다. 반면 전기흐른이 지닌 색채는 그와는 또 다른 신스팝 고유의 모습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두 번 생각해보게 되는 특유의 가사들이라든지, 곡에서 흐른의 목소리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밴드 내 그녀의 비중은 크게 느껴진다.
 
그러나 듀오 밴드 전기흐른은 솔로와 구분되는 명확한 컨셉과 구심점을 지니고 있다. 이번 EP 역시 그러한 방향을 보여준다. 1980년대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모습, 댄서블한 면모, 가사와 멜로디가 균형 있게 자리한 구성 등 [길티 플레저]는 성공적인 데뷔 EP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있기까지 그 중심에는 비트메이커로 나선 류호건이 있었다고 짐작된다.
 
총 여섯 개의 트랙(음원으로는 다섯 곡만 들을 수 있다)으로 구성된 [길티 플레저] 중 “살아있었네”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여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영문도 모르고 만주로 갈 때도 온전히 나는 살아있었네. 내 친구들이 하나 둘씩 이 세상을 떠나고 조만간 나도 따라갈지 모르지만, 내 친구들도 그리고 나도 살아있었고 앞으로도 살아있게 되겠지. 기억되는 한.”과 같은, 짧지만 긴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낸 가사는 그 자체로도 많은 생각과 자성을 하게 만든다.
 
[이야기해주세요 – 두 번째 노래들] 앨범에서 듣기

▲ 10월 29일 발표된 앨범 [이야기해주세요 – 두 번째 노래들]   
 
이 곡은 10월 29일 발표한 앨범 [이야기해주세요 – 두 번째 노래들]에도 수록되었다. 이 앨범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여성들을 위해 한국의 여성아티스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음반이다.
 
홍대 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전기흐른을 포함하여 루싸이트 토끼, 이아립, 소이, 호란, 이효리 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하였다. 앞서 작년에 발표되었던 [이야기해주세요]와 마찬가지로, 모든 과정을 음악인들 스스로 진행하여 제작하였다. 그리고 군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동시대 여성들의 목소리까지 겹쳐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담고 있던 첫 번째 앨범에 반해, 두 번째 앨범은 전반적으로 통일된 느낌을 지니고 있으며 좀더 듣기 편해졌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 담은 메시지를 통해 더 깊이 생각해보게끔 한다. 이 중에는 “살아있었네”와 같이 직관적으로 이야기하는 곡들도 있으며, 호란과 시와가 함께 부른 “첫 마디”와 같이 은유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트랙도 있다.
 
전기흐른의 “살아있었네”는 이 앨범을 듣던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걸렸던 곡이다. 불편해서, 혹은 곡의 퀄리티 때문이 아니라, 곡의 가사와 멜로디가 단번에 뇌리에 박혔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곡이더라도 어느 앨범에 담겨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리기도 한다는 점을 오랜만에 알려준 곡이기도 하다. [이야기해주세요 – 두 번째 노래들]은 앨범의 의미 때문에만 듣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앨범이니 많은 이들과 함께 공유했으면 한다.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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