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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
기획] 성매매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 대담② 착취 
 
성매매특별법이 위헌 심판을 받게 된 가운데 ‘성매매 현장에선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성 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다양한 개인들의 역학 구도는 무엇인지, 그 중에서도 약자의 위치에 놓인 여성들의 경험은 어떠한지’ 보다 가깝게 들어볼 수 있는 대담이 열렸다. 성매매 여성들의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에서 기고한 내용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 프롤로그 – 당사자의 이름으로 말하고 싶다
① 자발, 비자발 따위는 없다
② 성매매 현장, 상상도 하지마! (2.착취)
③ 피해와 처벌, ‘창녀’라는 낙인
ⓞ 에필로그

성매매와 성폭력의 애매한 경계

성매매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는 “무한발설”이란 이름으로 전국 각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 달 28일 전주에서 열린 무한발설에서, 심통은 ‘성매매가 왜 착취냐?’ 묻는 사람들에게 대답하려는 순간, ‘내가 느낀 모든 것들이 착취였다’라는 말이 나와버렸다.

지음: “성매매는 반복되는 성폭행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성매매 현장에 있을 때는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못하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불특정 다수한테 당하는 폭력적인 일인데 거기에 돈이 거래됐다는 점 때문에 성매매라고 하면서 분리하는 거죠. 집결지에 있으면 모르는 사람이 나를 찍어서 들어가고, 돈 때문에 여자는 좋은 척해주고 맞춰주어야 하죠. 모르는 사람에게 길가다가 잡혀가느냐, 유리방 안에 있다 찍혀서 잡혀가느냐, 돈을 받았냐 안 받았냐 차이가 있는 거죠.”
 
마루: “사람들은 성매매를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안에 있는 여성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요. 당연히 받아들이고 해줘야 하는 거죠, 돈이라는 걸 받았으니까.”
 
지음: “성매매 업소에선 일상이 그렇게 반복되니까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거죠. 성폭행이 일어난 경우에는 내가 5명에게 줄줄이 당하는 상황이 끔찍한 건데, 성매매에서는 내가 선택해서 있는 게 되니까, ‘그렇게 해도 되는 여자’가 되기 때문에, 연속해서 몇 명하고 하게 되던 구매자들도 아무런 죄책감 같은 게 없죠.”
 
바다: “성폭행을 당하게 되면 사람들이 ‘네가 행실이 그랬잖아, 네 옷차림이 성폭행을 유발하게 했잖아’ 이러면서 비난을 하는데, 성매매라는 현장은요. 이미 내가 성폭행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거예요. 성매매는 ‘내가 어떤 사람을 돈을 주고 사겠다’라는 게 암묵적인 예고가 되는 폭력인 거죠.”
 
엠케이: “남자들 입장에서는 여자가 조금이라도 반항을 하느냐, 반항하지 않고 호응해 주는 거냐의 차이인 거죠.”
 
바다: “성매매할 때 그 순간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 내 나름대로 정신적인 합리화를 한단 말이죠.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 눈에 보이는 건 ‘돈’을 위해서든, 섹스가 좋아서 하든, ‘네가 즐기는 거다’ 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성폭력과 성매매는 다른 거라고 생각하고요.
 
다방이나 주점에서 일할 때 2차나 성매매를 거부했다가 성폭행을 당해도, 그걸 성폭행이라고 인정하지 않아요. 티켓 나갔다가 성폭행 당해서 신고했는데, 경찰이 손님이 티켓비를 주었으니까 성폭행이 아니라고 했던 적도 있어요. 그건 성매매라는 거죠. 내가 그런 업소에 있었으니까 이미 ‘성매매’를 인정한 거고, 거기에 ‘돈’을 받았으니까 폭행이 아닌 ‘거래’라는 거죠.”
 
그 많은 약과 성병, 그리고 자살기도

▲ 성매매 현장에서 죽음을 당한 여성들의 넋을 추모하며    © 뭉치 
 
심통: “지금도 성매매 여성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게 뭐냐면요, 몸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더 힘든 여성들 보면서 ‘나도 잘 버티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진짜 내 자신에 고맙단 생각을 한번씩 해요. 강하게 버티어줘서.”
 
바다: “나도 최근에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유입됐던 기간이 10여년이 되는데, 무수히 많은 죽고 싶은 순간들을 넘기면서 제정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니까요.”
 
엠케이: “일하면서 여관에서 달방(월세 개념으로 여관에서 하는 것)살 때, 죽으려고 수면유도제를 먹은 적이 있어요. 한 곳에서 10알 이상 안주니까, 약국마다 돌아다니면서 사서 먹었는데 눈을 떠보니까 이틀이 지나있더라구요. 그 때 내가 아직 죽을 운명은 아니라고,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바다: “난 두통약을 먹었지.(웃음) 티켓다방에 있을 때인데 손님한테 티켓비를 못 받아서 업소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죠. 그 지역에 약국이 딱 세 개밖에 없어서 10알씩 샀는데 1알을 서비스로 더 줘서 33알을 술과 같이 털어 먹었어요. 그런데 잠이 안 와서 약을 더 사려고 일어났더니 땅이 막 일어나고, 눈앞에 나비가 날아다니고요.(웃음). 그 때 같이 일하는 언니한테 전화 걸어서 난 이제 죽을 거라고, 엄마도 보고 싶고 아빠도 보고 싶고 막 이랬는데, 아마도 미련이 있었겠죠. 그 언니가 말해서 업주가 찾아와서 다 토하고, 욕 먹고, 빚 갚고 죽으라고.”
 
심통: “어떤 업소에 오래있던 여성이 있는데 손님이 구조요청을 한 거예요. 그래서 업소에서 데리고 나왔는데 몇 살부터 그 일을 시작했는지도 모르고,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도 모르는 거예요. 업소 뒷방에서 언니는 누워 있고 업주가 구매자만 계속 넣어주었던 거죠. ‘경계성 장애’라고 하는데 정신과에서 검사를 한 의사가 초등학교를 안 나와서 사회성이 부족해서 그런 거지, 장애가 있었던 게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참 무섭더라구요. 지적장애가 있던 것도 아니고 잘 살아낼 능력이 있었는데 어릴 때부터 그곳에 고립되어서 그렇게 된 거잖아요.”
 
바다: “야뇨증이 있는 여성도 있었고요, 밤에 자면서 계속 스탠드를 껐다 켰다 반복하는 여성도 있고, 지적장애도 아니고 기억상실도 아닌데 한글을 잊어버린 여성도 있어요.”
 
지음: “일할 때 정말 이상한 언니들도 많았어요. 소개업자도 떠넘기듯이 넘기는 언니들이요. 몸에 흉터도 있고 자꾸 이상한 짓을 하니까 같이 있기 무서운 언니가 있었는데, 너무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소개쟁이랑 같이 다니면서 그렇게 된 것 같았어요. 그 소개쟁이가 아빠이자 애인이자 모든 것이었죠, 그 언니한테는.
 
똑똑한 언니들도 참 많았는데, 그런 언니들도 알콜중독이 진짜 많았던 것 같아요. 또 다이어트 약을 많이 먹게 되니까 그것 때문에 급성정신분열이 생기기도 하고요. 정말 이런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는데, 워낙 눈에 띄게 이런 경우가 많으니까 성매매 현장 안에 어떤 것들이 이런 증상들을 만드는지 말이죠.
 
육체적인 증상은 말할 것도 없고요. 나도 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었는데요, 구매자랑 같이 있는데 배가 너무 아파서 기절한 거예요. 배가 너무 아파서 식은땀이 나고 눕지도 앉지도 못해서 속옷도 제대로 못 입고 병원에 실려갔죠.”
 
심통: “골반염은 한 번 걸리면 계속 재발하죠. 더구나 일은 계속해야 되고.”
 
엠케이: “나도 배가 너무 아프고 자궁이 빠질 것 같아서 응급실에 갔었어요. 염증이 너무 심해서 장이 한쪽으로 쏠려있다고 의사가 그러더러라구요. 그래서 마담한테 전화하니까 헛소리 말고 빨리 일하러 오라고 하고.”
 
지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나마 나는 결근비로 안 잡아줘서 (업주에게) 너무 고마워했죠. 다른 언니들은 자살시도를 해서 병원에 가도 안 봐줬는데, 그게 고마워서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심통: “집결지 있을 때 하루에 기본 손님이 10명씩 오니까 아침이면 아래가 배겨날 수가 없는 거죠. 아침에 문닫으면 관리하는 언니가 속옷 벗고 누우라고 해요. 그럼 바르는 약하고 무슨 가루약을 발라줘요. 그리고 주사이모가 있어서 업소마다 다니면서 그냥 놔주는 거죠. 성병의 일종인 성기사마귀가 걸린 여성이 있었는데, 병원에도 안 보내고 불에 단군 쪽가위로 다 잘라냈어요. 참 별별 병에 걸려도 그건 다 우리가 책임져야 해요. 구매자들한테 다 옮은 거죠.”
 
바다: “세면발이같은 성병 한번 걸려본 사람은 완전 거기에 노이로제가 된다니까요.”
 
심통: “별별 말도 안 되는 방법이 노하우로 전수가 되었죠. 지금도 성병에 대한 노이로제가 나도 있어요.”
 
바다: “난 진짜 서러웠던 게, 업소를 옮기는데 업주가 날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야 넌 밥부터 굶어야겠다’ 이러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들은 맛있게 식사하는데 난 옆에서 보면서 밥 한 공기에 오이 한 개가 다였어요. 그래서 몰래 밥 먹다가 정말 욕이란 욕은 다 듣고, 그렇게 사람 비참하게 만드는 거죠.”
 
마루: “살이 실제 찌든 아니든, 다이어트 약은 달고 살게 되요. 늘 살쪘다고 핀잔을 듣고 욕을 먹으니까요.”
 
심통: “오랫동안 성매매를 경험하다 보면, 내게 일어나는 일이 무언지 인지하지 못하고 살게 되요. 사람들한테 ‘나 이런 일을 당했어요’ 라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도, 세상의 모든 눈총을 받아야 하는 것도, 나를 더럽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도, 모두 다 ‘성매매’가 만든 착취라고 나는 생각해요. 물론 매를 맞고, 돈을 뺏기고, 사람으로 감당하기 힘든 시간을 보낸 것 또한 착취고요.
 
그리고 꼭 성매매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만이 착취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아무렇지 않게 ‘너희들 잘못이야’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또한 우리를 착취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너무 많은 일들이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일어나고 있어요.
 
정말 쉽게, 성매매를 금지해서 죄 없는 여성들과 아동들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죠. 성매매를 했던 나도 ‘죄 없는 여성’이에요. 집에서 맞으며 크지 않았다면, 길거리에서 강간을 당하지 않았다면, 이 세상이 나를 보호해 주었더라면, 나도 사람들이 말하는 죄 없는 여성이었을 거라구요. 자기 생각대로 ‘성매매’를 상상하지 말았으면 해요.”
 
[기사 원문 보기] http://ildaro.com/sub_read.html?uid=6316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만화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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