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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구럼비에 꼭 다시 갈 거예요”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2.05.04 07:30

[인터뷰] 제주 해군기지 반대 평화활동가 에밀리 
 
=필자 류현영님은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 회원입니다. <일다> www.ildaro.com
 
4월 16일 세 번째로 제주도 강정마을을 찾은 날 오후, 그곳에선 공사 저지 투쟁이 한창이었다. 연행을 각오한 활동가들이 파이프로 팔과 팔을 연결해 인간띠를 만들어 공사장 정문을 막은 것이다. 그들을 경찰이 겹겹이 에워쌌고, 그 밖에서 다른 활동가들이 안에 갇힌 활동가들의 안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 파이프로 인간띠를 이은 활동가와 그들을 보호하려는 문규현 신부를 에워싼 경찰. 이날 문규현 신부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심장박동기 이상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 류현영 
 

사업단 정문 앞에서 인간띠를 이으려던 친구들은 미처 서로의 팔을 연결하기도 전에 경찰에게 모두 연행된 뒤였고, 이영찬 신부도 공사장으로 들어가려는 레미콘 트럭 위에 올라가 농성을 하다 경찰에게 무자비하게 끌려 내려와 연행되었다. 공사장 정문에서 경찰이 파이프를 해체하겠다며 전기톱을 들고 들어가자 이를 저지하려는 사람들과 경찰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인간띠를 이은 활동가들은 농성을 풀었고, 그 자리에서 전원 연행되었다. 이날의 연행자는 전부 열네 명. 제주도 강정마을은 이렇게 매일매일이 전쟁이었다.
 
구럼비 바위를 파괴하는 화약 운반을 막기 위한 싸움, 하루라도, 단 몇 시간이라도 공사를 중단시키기 위한 싸움, 해군기지로부터 마을과 구럼비와 바다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일상처럼 계속되고, 그 중심에는 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이 있다.
 
강정마을에 모여든 사십여 명의 활동가는 대부분 어느 조직이나 단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어떤 이는 여행을 왔다가, 어떤 이는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이곳의 소식을 듣고, 또 어떤 이는 먼저 이곳에 온 친구를 통해 강정마을의 투쟁에 합류했다. 오랜 기간 이곳에 머물며 활동하는 친구들도 있고, 시간이 날 때마다 내려와 함께하는 친구들도 있다.
 
이들은 각자 아름다운 구럼비 바위와 바다를, 해군기지가 위협하는 평화를, 수백 년 이어져온 마을공동체의 삶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자유의지로 이 투쟁에 함께하고 있다. 공사장과 사업단 정문 앞에서 공사 차량의 출입을 저지하고, 피케팅을 하고, 카누를 타거나 수영을 해서 바다로 나가 공사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시공사를 압박하고 경찰들을 긴장시킨다.
 
이들의 활동을 보면서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쉽지 않은 이 투쟁에 동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어떤 마음으로 오랜 시간 쉼 없이 이 싸움을 계속해나가는 것일까. 그들의 자유의지를 추동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한 친구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자기를 저지하는 경찰에게 또박또박 투쟁의 정당성을 얘기하고, 레미콘 트럭 운전석에 매달려 운전자에게 불법 공사에 함께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거침없이 공사 차량 앞으로 뛰어들고, 카누에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을 꽂고 파도 높은 바다로 나가는 당찬 활동가 에밀리. 스물일곱 살인 에밀리는 지난여름 강정마을에 처음 와서 지금까지 강정마을에 머물며 활동하고 있는 친구다.
 
대학 시절 한 달 반 정도 동티모르에서 평화캠프에 참가하면서 한국 친구들을 알게 되었고, 졸업 후 한국에 와서 잠시 지내다 동티모르와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일 년 반 동안 분쟁으로 인해 헤어진 가족의 결합을 돕고 만나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난민들의 귀향을 준비하는 등의 난민 활동을 했는데, 그때 한국 친구들을 통해 제주도 강정마을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평화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에밀리는 친구들의 권유로 처음 강정마을에 오게 되었다.

 ▲  펜스에 둘러싸이기 전 구럼비 바위에서 바라본 바다   © 류현영

“여기서 활동하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페북으로 계속 소식 듣고, 친구들이 계속 오라고 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잠깐 친구들 만나러 온 거였는데, 와서 보니 계속 있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있게 되었어요.”
 
잠깐 친구들 보러 왔다가 이렇게 오랜 시간 머물게 된 이유를 물었다.
 
“지난 여름 처음 왔을 때 구럼비에 많이 있었어요. 놀고 쉬고 친구들 만나고, 너무 재밌었어요. 근데 잠깐 일이 있어 서울 올라간 사이에 갑자기 친구들이 잡혀가고 구속되고, 너무 놀랐어요. 그리고 다시 강정 내려간 날 펜스가 쳐졌어요. 올레 7코스 길에 펜스 칠 때 거기 있었는데, 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 들었어요. 제 친구들 경찰 조사 받고 재판 받는 거 다 봤어요. 이상해, 지금 강정, 너무 이상해요. 구럼비에 너무 다시 가고 싶고, 다시 갈 수 있다는 희망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땐 어떤 거 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계속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남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공사장 펜스가 쳐지기 전, 지난여름에 나도 구럼비 바위에 있었다.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할 만큼 다양하고 진귀한 생물이 폭넓게 서식하는 짙푸른 바다, 넓게 펼쳐진 구럼비 바위와 바위 사이로 솟는 담수, 그 주변에서 자라던 습지 식물, 끝없이 몰려와 시원한 소리를 내며 바위를 때리던 파도, 마을 주민들이 곳곳에 세워둔, 바닷바람에 나부끼던 노란색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 바위에 걸터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때 기억이, 그 아름다운 풍경이 여전히 선하다.
 
그래서 구럼비에 너무도 가고 싶다는 에밀리의 마음을 이해한다. 공감한다. 그리고 구럼비를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이 꼭 구럼비를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 강정마을에서는 경찰이나 용역과의 싸움이 거의 일상처럼 계속된다. 그런 경험이 없었던 에밀리는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고 많이 혼란스럽기도 했다고 한다.
 
“처음에…… 지금도 싸울 때 진짜 열 받으면 욕하고 그래요. 처음에 그랬을 때는 집에 가서 너무 마음이 힘들었어요. 밤에 잠도 잘 수 없었고요. 오늘 내가 뭐 잘못했어, 그런 생각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경찰이 잘못한 거 있지만, 나도 싸우면서 잘못한 거 있으니까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 들어서 사과했어요. 그때 여경이 나한테 왜 여기 왔냐고, 영어로, 여기 와서 뭐하냐고 물었어요. 너무 답답했어요. 그 말 듣고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억 갖고 여기서 계속 싸우고 싶어하는지 보여주고 싶어서 영상 만들기도 했어요. 다시 만나서 싸워야 했을 때 그 여경 찾아서 영상 보라고 했어요. 분위기 좀 달라졌어요, 난 그렇게 느꼈어요. 여경 생각은 잘 모르지만. 잘 싸워야 해요, 정말.”
 
에밀리는 경찰 가운데서도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 투쟁에 계속 동원되어 싸움을 지켜본 경찰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를 조금 이해하는 경찰도 있다고. 하지만 에밀리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렇게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제 생각에는 그렇게 이해해주는 것만 하면 안 돼요. 진짜 양심 지키고 싶으면 더 해야 해요. (문정현) 신부님 사고 났을 때 제 앞에서 떨어졌어요. 그때 신부님 죽은 줄 알았어요. 신부님 몸 부딪히며 떨어지는 거 다 봤어요. 그래서 해경한테 너무 화났어요. 경찰이 항상 우리 안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는데, 다 거짓말이에요. 위에서 명령하는 거 거부할 수 없어서 하는 거예요. 경찰 중에 우리 이해하는 사람 있었어요. 그런데 신부님 떨어지는 거 보고 너무 상처받고, 다시 생각했어요. 한 사람이 양심 못 지켜서 큰일이 날 수도 있어요. 그 경찰 조금 이해할지는 모르지만 안 된다고 다시 생각했어요. 바뀌어야 해요. 그 전에 조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느낌 있었지만, 상처 너무 크게 받아서…… 개인적으로 미운 거 아니지만,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척’하면 안 돼요. 양심 못 지켰다면, 죄책감 계속 느껴야 해요.
 
해경뿐 아니라 여경한테도 계속 말했어요. 내 친구 교도소 간 거, 신부님 삼발이에서 떨어진 거 다 당신들 때문이라고. 그 사람들 다 같은 시스템 안에 있으니까 다 같이 양심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으로 볼 수 없어요. 물론 각각 다 다른 사람이지만, 바뀌고자 하지 않으면 똑같은 거예요. 어떻게 그런 사람들 변하게 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에밀리가 경찰과 맞닥뜨리며 가진 고민은 비단 경찰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누구나 권위 앞에서, 권력 앞에서 움츠러들고 나약해져 양심을 외면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래서 에밀리의 말처럼 늘 경계하고 변하고자 하며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가슴 한쪽이 뜨끔했다.
 
해군기지 건설은 민주적 절차와 대다수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입지 선정의 불법성부터 시작해,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생태계보전지역, 해양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된 구럼비와 인근 바다의 생태 파괴 문제, 강대국들의 군사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야기될 동북아 평화 위협, 친목 모임이 이백여 개에 달할 만큼 끈끈했던 마을공동체의 해체 등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5년 가까이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에밀리에게 개인적으로 강정마을을 지키고 싶은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마음이 아픈 거, 그게 젤 큰 문제예요. 어디서든 그게 가장 큰 문제예요. 너무 아픈 마음들이 있는데, 어떻게 무시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큰 것만 보고 싶어해요. 작은 거 있지만 무시하고 싶어해요. 대한민국 군사기지 필요하다, 그래서 여기 있는 사람들이 아파도 다른 사람들 위해서 희생해야 한다, 그렇게 말해요. 근데 그거 아니에요. 난 자연을 사랑해요. 바다, 구럼비. 하지만 솔직히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강정 바다, 구럼비 너무 지키고 싶어요. 지키면서 사랑하는 거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저항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해요. 그러면 희망 보일 거예요.”

 ▲  카누에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을 꽂고 바다로 나가는 해상팀 활동가들.     © 류현영

자연을 지키는 것도, 평화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이곳이 바로 삶의 터전인 이들의 마음이 아닐까.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입지를 둘러싼 마을 주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불화가 끊이지 않고, 그로 인해 많은 주민들이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 또한 마을에 상주하는 경찰과 사업단 용역과의 싸움이 일상화되면서 그들에 대한 분노로 마음을 피폐해지고, 공사 소음으로 인해, 특히 땅을 울리는 구럼비 바위 발파 소리로 인해 일상이 망가지고 있다. 이러한 마을 주민들의 상황을 회복하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해군기지가 물러가는 것뿐이다.

 
아파하는 마음을 지키고 희망이 보이길 바라며 이 투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에밀리는 요즘 들어 마음이 많이 힘들다고 한다.
 
“요즘에 사실 좀 절망적이에요. 많이 힘들었어요. 좀 쉬고 싶은데, 상황이 계속 벌어지잖아요. 또 쉬고 싶다는 생각 하면 미안한 마음도 들어요. 미안한 마음 갖지 말라고 말하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미안한 마음 계속 들어요. 내 친구 교도소 가고, 신부님 아프고. 그리고 구럼비로 가는 길 너무 외로워요. 계속 가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 같이 가고 싶은데 왜 갈 수 없을까 생각했어요.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이 용기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많이 했어요. 친구한테도 미안했어요. 잡혀갈 때 옆에 없었거든요. 미안한 것도 아니라고 그냥, 마음이 아팠어요. 얼마나 외로웠을지.”
 
그럼에도 에밀리는 이 싸움이 끝날 때까지 같이하고 싶다고 한다. 지치고, 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지만 끝까지 하고 싶다고. 꼭 구럼비를 다시 보고 싶다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냐고 묻자 에밀리는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고 답했다.
 
“할 수 있는 일 해주세요.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 살면서 양심 항상 지켜야 해요. 한 사람 양심 못 지키면 많은 사람들이 영향 받을 수 있어요. 어떤 말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할 수 있는 거 해주세요.”
 
한참 뜸을 들인 뒤 숨을 내뱉듯 에밀리는 이 마지막 대답을 내놓았다. 그 말이 마음을 울린다. 에밀리는 여기 강정마을로 와달라고, 와서 같이 싸워달라고 하지 않는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멀어 가지 못한다는 핑계로 오히려 아무것도 할 생각 않고 손 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잊지 않고, 지켜보고, 각자 가능한 방식으로 투쟁에 힘을 보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나는 많은 이들이 강정마을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잠깐이라도 짬을 내어 직접 가서 공사 현장을 보고, 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의 투쟁을 지지해주길 바란다. 해군기지는 절대 제주도의 한 작은 마을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반도 전체의 평화를 위협하는, 우리 모두의 일상을 위태롭게 만드는 군사력에 기반한 왜곡된 국가 안보 논리의 구현체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와 행동이 필요한 이유이다.
 
지금 강정마을에서 열심히 투쟁하는 활동가 모두 이유는 다를지 몰라도 마음은 에밀리와 같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아픈 마음과 평화와 구럼비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또 자기 양심과 의지를 따르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이들을 강정마을로, 구럼비로 불러들인 것이리라.
 
앞으로도 평화운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에밀리는 말한다. 평화운동을 하려면 이제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것 같다고 한다. 그냥 외롭지 않게, 평화롭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대단한 사람은 안 될 거라고 하면서 함박웃음을 짓는 에밀리를 보며, 이 투쟁의 저력은 바로 이러한 마음들에서 나오는 것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이 보였다.  (류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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