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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는 인터뷰> 즐거운 연대를 꿈꾸는 칠월 
 
창간 이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인터뷰” 코너를 <꿈이 있는 인터뷰>라는 이름으로 재개합니다. 세상에는 전문가, 성공한 사람,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도,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를 가진 여성들이 많이 있습니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특별한 그녀들을 소개하는 <꿈이 있는 인터뷰>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 칠월

 
<꿈이 있는 인터뷰>는 독자로서 보기에는 너무너무 멋진데, 인터뷰를 부탁받는 입장에서는 참 부끄부끄한 제목이다. 유명하지 않아도, 성공한 사람이 아니어도 다 괜찮다지만 무려 <일다>의 인터뷰이지 않은가! 그런 부담감에 조마조마해하고 있을 때 딱! 하고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매우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한 사람. 이름도 시원시원하고 정열적일 것만 같은 칠월!
 

▲ 여성환경연대 행사 중 천연비누를 만드는 칠월.  
 
지난해 ‘젠더 스터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회의 자리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젠더 스터디 네트워크’라는 이름은 아직 공식 명칭이 아니지만 그녀가 선택한 이름을 차용하기로 한다. 이 네트워크는 문화연구, 여성학, 영상 연구 등을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의 지속가능한 연대를 위한 모임이다.) 당시에는 콘셉트도, 운영방안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들이 분분할 때라 적극적인 칠월의 모습이 특히 눈에 띄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다시 만난 칠월은 “long time no see”의 느낌 전혀 없이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나 역시 인터뷰를 핑계로 그녀를 부러 만나기라도 한 듯 인터뷰와 수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의 지난 시간들을 즐겁게 공유했다. 그리고 인터뷰 제의를 받고나서, 하고 싶었던 얘기가 따로 없었는지 물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일 벌이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하다못해 대학 때 동아리도 3개나 들었으니까요. 학교에 없던 동아리까지 만들었어요.”
 
역시! 칠월다운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매사에 적극적이었구나.
 
칠월은 ‘네트워크’를 중요시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여성환경연대의 20대 대표를 맡게 되었는데, 그것도 다 “운동에 관심이 없던 친구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려고” 학내에 여성환경연대 지부를 만든 인연이 닿아서라고 했다. 거침없이 말하는 칠월의 모든 얘기가 놀랍기만 한데 그녀의 ‘연대’에 대한 에피소드는 이제 서막에 불과했다.
 
지속가능한 연대를 꿈꾸다
 

“대학을 졸업하고서 모 공기업에 지원을 했어요. 1000명의 지원자들 사이에서 최종 6명에 선발됐는데 그 후의 경험이 너무 답답했어요. 그 6명이 전부 여자였는데 절대 자율이 아닌 경쟁을 계속 하게 만들더라구요.”
 
얘기인즉슨, 3개월 동안 남은 6명이 또 다시 인턴생활을 하며 최후의 2인이 되기 위해 경쟁적으로 업무 과제를 진행해야 했다는 것이다. 3개월 내내 왜 소모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서로 도와가면서 과제를 진행해도 되는데 끊임없이 감시당하고 평가당하는 그 순간이 칠월에게 상처가 됐다고 했다.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이용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경계해야만 한다면 그 중에서 누군가 선발이 된다고 해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기기보다는 이들과 친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란 아이들에게서 협동심을 바라기가 쉽지 않겠구나, 그때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경쟁의 환경 속에서도 우리가 친구가 되었다는 경험이 너무 좋았어요.”
 
현재도 그 6명이 매달 계모임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만나면 서로 그 공기업을 욕하며 노조의 성격을 갖기도 하다가 다른 곳에 취직된 동료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기쁨조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이 얘기를 전해 듣는 내가 다 행복해질 정도로 이 모임에 애정이 각별하다고 느껴졌다.
 
▲ 3월 8일 여성의 날 행사에 참여한 잡년행동. 마이크를 잡고 있는 사람이 칠월.     © 랜디 @delix79 

사실 ‘연대’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심지어는 말뿐인 경우가 많은데 그녀의 소소한 행보 안에서 그녀가 어떤 삶을 지향하려고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더욱이 “일은 재밌어야 제 맛”이라며 들려준 외국인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일은 그녀 특유의 가치가 발휘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매니저의 일이 예약된 방을 체크해주거나 여행 루트에 대해 조언해주는 일 정도일 텐데 칠월은 각 방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소개시켜주고 연결시켜줬다는 것이다. 누군지 몰라도 그 기간에 칠월을 만난 외국인들은 횡재가 아니었을까.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외국인들과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종종 한다기에 대부분의 네트워크가 끝까지 잘 지속이 되느냐 묻자, 단호하게 No!를 외쳤다. 본인 스스로 “내적인 일관성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 지속 가능한 연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래도 우선 본인이 시작한 이상에는 ‘내 집단’이라는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서로의 근거가 되고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그런 관계”에 대해서 고민 중이라고도.
 
‘잡년행진’을 통해 배운 것
 
우리는 지금 칠월이 가장 ‘내 집단’이라고 느끼고 있는 잡년행동의 행보에 대해 좀 길게 얘기를 나누었다. 칠월은 작년 여름, 마리에 찾아갔다가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잡년행진(슬럿워크)을 준비했었다.
 
워낙에 사회적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그 뒤에 쓴 소리도, 단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생각(개념, 계보)없는 운동이란 얘기도 들었고, 반대로 대대적으로 이슈메이킹을 한 의미 있는 운동이란 얘기도 들었다고도 했다. 공식적으로 페미니즘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의 움직임이라는 비판이 어쩐지 불편하기도 했고, 가능성의 목소리로도 들렸다.
 
부족한 부분은 더 고민하고, 채우려고 노력하는 게 맞지만 우리에게 ‘여성 운동’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하고 있을 때, 칠월은 이렇게 말했다.
 
“에너지가 있죠!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는 것. 당시에 고려대에서의 사건도 있었고 부당하다고 느껴진 일들이 많았잖아요. 이게 바로 내 삶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어요. 판타지가 아닌, 그 에너지를 함께 나누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조심스러운 듯 단어 하나하나 선택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잡년행동의 모두를 대표하기 보다는 칠월 개인의 생각을 전하면서 혹시나 왜곡될 수 있는 말들을 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양한 맥락에서 나왔을 비판들을 무조건 수용하지도, 낙담하지도 않으며 잡년행동에 대해서 힘 있게 말하는 칠월의 모습은 꽤 인상 깊었다. 앞으로 잡년행동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성명서도 내고, 함께 스터디도 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후 모습들이 더 기대가 된다.
 
“즐기지 않으면 안 돼”
 
▲ "꿈? 그냥 지금 하는 거 열심히! 그러다보면 또 새로운 게 생기지 않을까?”    

 
요즘 같은 불안정 시대에, 그리고 타인과의 경쟁이 공기보다 더 익숙해진 시대에 그야말로 “서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연대가 절실할 때인 것 같다. 물론 누구와, 어떻게 하느냐도 참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그러니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그 고민도 함께 하면 어떨까.
 
연대에 대해서 이렇게나 열심인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진부한 질문을 한다며 꿈이 있느냐고 물었다. 얼굴에 핑크빛 물들이며 즐겁게 마무리하려고 물었는데 다부진 칠월의 한마디!
 
“정해진 건 없음! 그냥 지금 하는 거 열심히! 그러다보면 또 새로운 게 생기지 않을까?”
 
옳거니. 칠월은 인터뷰가 자기 자랑으로만 비춰질 것 같아 걱정하는 따도녀(따뜻한 도시 여자)지만, 우리는 모두 엄청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때로는 과제도 못 내는 찌질 학생이고, 옛 애인들에게 생채기 내준 적도 있으며, 저돌적으로 추진하던 것들도 귀찮아질 때면 한순간에 모든 걸 때려치워 본 적도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지 않나. 그렇지만 함께 하는 소중함을 알고, 나서야 된다면 언제든 앞으로 나설 수 있는 힘을 가진 여자들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냥 하는 사람! 좀 ‘잘 나가는’ 여자들.

(서영미)  * 여성저널리스트들의 유쾌한 실험!  인터넷 저널 <일다>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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