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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서울에서 원전 1기 어떻게 줄이지?

에너지낭비 줄이고 효율 2배로 높이는 해법찾기 
 
[1월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15대 시정운영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환경분야 계획으로 ‘원전 1기 줄이기’를 내놓았다. 원전을 확대하는 국가계획과 상반된 데다가, 서울의 전력 소비가 계속 늘어가는 상황에서 나온 발표라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그렇다면 원전 1기를 줄이려면 누가,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대해 이유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팀장의 제안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원전 7기 분량에 달하는 전력을 소비하는 서울
 

선거를 잘하고 볼일이다. 서울시에서 발표한 에너지 정책의 목표가 ‘원전 1기 줄이기’란다. 1년 전 후쿠시마 사고로 핵발전소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 확대를 외치는 MB정부를 보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것 같다.
 
서울은 전력 생산량은 보잘 것 없고, 주로 소비하는 도시이다. 게다가 서울에서 소비하는 전기는 실제 지불하는 요금보다 값어치가 더 높다. 왜냐면 에너지는 이동할수록 손실이 발생하는데, 서울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전국 곳곳에서 아주 먼 여행을 하고 온 전기이기 때문이다.
 
2010년 서울의 전력소비량은 고리 원전 1,2,3,4호기와 월성 원전 2,3,4호기의 생산량을 모두 합친 원전 7기 분량이었다. 소비량 증가도 놀라워 2005년에서 2010년 사이에 20%나 증가했다. 이렇게 빠르게 전력 소비가 증가하는 도시에서 3년 내에 원전 1기를 줄이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시 측은 시민교육과 참여를 통한 전기절약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원전 1기를 줄이려면 캠페인을 뛰어넘는 에너지효율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서울시 부문별 전력소비를 살펴보면 상업이 60%, 가정이 28%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원전 1기 줄이기’의 핵심은 수많은 상업빌딩과 상가의 조명에너지, 냉난방으로 쓰는 전기에너지를 줄여야 한다.
 
하루 동안 카메라를 들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녔다. 조명 하나만 보아도 문제는 심각했다. 자연채광이 환한데도 창가 바로 옆에 불을 켜놓기 일쑤였고, 인테리어라고는 하지만 조명등 개수가 너무 많았다. 건물을 지을 때 ‘적정’ 조명이나 에너지효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빌딩 외벽을 유리로 마감한 곳은 어찌나 많은지(커튼 윌 방식). 여름에는 햇빛을 그대로 받아 덥고, 겨울에는 단열이 안 돼 엄청나게 춥다.
 
밤이 되자 도시의 야경은 더 화려해졌고,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대형간판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과도한 조명은 ‘빛 공해’이고, 오히려 시력을 해친다. 마지막에 도착한 곳은 월드컵상암경기장의 24시간 영업하는 홈플러스였다. 새벽 3시에 사람들이 쇼핑하러 올까 궁금하기도 했고, 도저히 그 시간에 다시 올 자신은 없었다.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도, 에너지도, 비정상적으로 낭비하는 일이다.
 
에너지 효율 2배로, 누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서울에서 어떻게 에너지 효율을 개선할 수 있을까? 누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이 일은 단순히 스위치를 내리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지식경제부는 겨울철 전력피크를 맞아 강도 높은 절약정책을 펼치면서 ‘규제’와 ‘단속’을 했다. 한번은 성공할 수 있지만, 정부 의지가 조금이라도 약해지면 다시 원래 소비 행태로 돌아가고 만다.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은데, 상인들의 반발을 사기도 쉽다.

▲ ‘원전 1기 줄이기’. 수많은 빌딩과 상가의 조명에너지, 냉난방으로 쓰는 전기에너지를 줄여야 한다.  

 

서울시는 LED 고효율 전구를 보급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런데 천장 위 촘촘히 박혀있는 전구 수를 그대로 두고, 고효율 전구로 교체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서울시내 빌딩과 상가는 수많은 임대차계약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2~3년이면 짐을 싸야 하는 임차인이 자기비용을 들여 LED등을 교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유주가 참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싸다. 그런 까닭에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다. 시민들에게 알려진 정보도 ‘대기전력’ 차단이나 멀티탭 사용 정도였다. 그러나 마음먹고 효율을 높이기로 했다면, 공간의 용도에 따라 적정한 조명의 개수, 조명등의 종류, 방식 등을 찾아내고 바꿔야 한다. 냉난방을 무엇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에어컨만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관리해도 효율이 높아진다.

영국 토트네스와 독일 하멜른의 사례

 
서울시 차원에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시민들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고급 정보를 제공하고, 그 정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건축물에너지 효율기준을 강화하고, 효율개선사업을 할 수 있도록 융자나 지원제도를 병행하는 것이다. 투자대비 비용 절감의 효과를 제시하고, 소유자와 사용자를 동시에 설득해야 한다.
 
전환마을(Transition Town)로 널리 알려진 영국 토트네스에서는 조명전문가가 상점을 찾아가 ‘적정’ 조명을 컨설팅하고, 고효율 전구로 교체하는 사업을 한다. 워킹이라는 지역에서는 주택단열개선 사업에 대한 비용과 효과, 지자체의 지원방안 등을 적극 홍보하면서, 주민들이 단열개선 사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독일 하멜른 시의 경우에는 주택 지붕에 태양광을 올렸을 때의 적합성과 수익률에 대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상세히 제공한다. 시민들에게 에너지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인프라를 갖추는 것, 그것이 서울시가 가장 먼저 할 일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좀더 시민들이 살고 있는 현장을 둘러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떻게 하면 서울의 에너지효율을 2배 가까이 높일 수 있는지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 교육도 필요하고, 정보도 필요하고, 임대관계 속에서 누가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할지, 비용을 누가 지불할지, 사업은 누구에게 맡길지 꼼꼼하게 접근해야 한다.
 
서민들을 위한 단열개선 집수리 사업인 ‘두꺼비하우징’도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호 신뢰와, 잘 만든 제도를 통해 사업에 대해 책임지고 성과를 나눌 수 있는 방식을 찾아가야 한다.
 
‘탈핵’을 원하는 시민들의 의지가 모아져야
 
우리사회에서는 핵발전소를 계속 지어 전기를 생산해야 돈을 버는 ‘이해당사자’들이 많다. 이들을 ‘원전마피아’라고 부른다. 이들은 에너지를 많이 생산하고 많이 쓰는 방식을 선호한다. 서울시에서는 반대로 해야 한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효율을 높일수록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서울에서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해서 소득을 얻는 가구가 많아져야 한다. ‘에너지 소비자’가 대다수인 서울에서 한 명 두 명 ‘에너지 생산자’가 늘어나는 일. 그 일을 시작해야 한다.
 
서울시의 원전1기 줄이기가 성공할 수 있도록 ‘탈핵’을 원하는 많은 시민들이 동참했으면 한다. 더불어 서울의 실험이 실제로 원전을 줄이는 변화를 일으키려면,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전 확대 정책을 폐기하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의 실험과 국가계획의 변화가 일치할 때 ‘핵 없는 대한민국’의 꿈은 현실로 이뤄질 것이다.
 
오는 3월 10일 오전 11시에 시청 앞 광장과 부산역 광장에서 동시에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행사가 열린다. 환경, 여성단체, 시민사회단체들과 더불어 많은 시민들이 ‘탈핵’의 의지를 모을 수 있기를 바란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국민들의 선택도 중요하다. 2012년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노력들이 날개를 달 수 있기를. (이유진 /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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