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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NAFTA이후 멕시코 여성노동자들과 만나다① 
 
[전국여성노동조합에서 10년간 활동해 온 박남희님이 최근 멕시코를 여행하며 그곳에서 만난 여성노동자들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해왔습니다. 미국-멕시코 자유무역협정 이후 변화하는 멕시코 사회의 모습과, 그 속의 여성들의 활동을 5회에 걸쳐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지난 8월 9일부터 22일간 멕시코 곳곳을 여행했다. 멕시코는 1992년 12월 나프타(NAFTA,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지구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개방으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멕시코 사회에서 여성들, 특히 여성노동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고 싶었다. 또, 우리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을 통해 나 자신과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
 
급격한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베라크루즈 사람들 
 

▲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회의”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테레사 교수  ©박남희 

 
멕시코는 32개 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한 도시인 베라크루즈 주에 5일간 머물렀다. 베라크루즈는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버스를 타고 동쪽으로 4시간 반 가량 가면 만나는 도시로, 멕시코 걸프만을 길게 품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와 가까운 곳으로 사탕수수, 커피, 레몬, 오렌지 등 생산된 농산품을 미국으로 수출한다.
 
베라크루즈는 멕시코에서도 울창한 숲과 온화한 기후로 사람들이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도시다. 그런 도시가 작년 9월에는 큰 홍수를 두 번이나 겪었다고 한다. ‘기후변화’는 온화한 날씨 속에서 걱정 없이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큰 홍수피해와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걱정을 안겨주었다.
 
심각한 환경 변화로, 베라크루즈에선 주 정부가 중심이 되어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회의”가 마을을 돌아가며 열리고 있었다. 태풍이나 홍수, 그리고 물 오염의 위험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과 관이 어떻게 협력할지, 또 예방책은 무엇인지 논의하는 자리다.
 
그 중 한 회의에서, 발제를 맡은 베라크루즈 대학 테레사 교수는 “물이 오염되고 있으며, 점점 말라간다”고 진단했다. 또, 작년과 같이 예상에 없던 홍수가 발생한 것도 지구가 더워지면서 생긴 변화라고 설명했다.
 
멕시코에 오기 위해 잠시 들렸던 미국 애틀란타 공항에서의 경험이 떠올랐다. 물을 마시고 싶은데 수도를 찾기 어려웠다. 대신 모든 가게에서 생수를 팔고 있었다. 한국도 점차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만, 돈으로 병 속에 든 물을 사서 마시는 현실이 말해주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은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를 상실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물은 생명인데, 기본적인 생명권이 시장에 맡겨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멕시코의 물 문제는 심각하다. 지하나 지붕에 물탱크를 설치한 사람들은 그나마 물을 풍족하게 사용할 수 있는 편이다. 하지만 언덕과 산 위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물을 제대로 공급받을 수 없어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베라크루즈 사람들이 겪었던 홍수와, 가게에서 사서 마셔야 하는 생수가 별개의 문제로 보이지 않았다. 무엇이든지 돈으로 사고 파는 행위와, 지구의 가뭄 문제 그리고 기후변화가 어느새 우리 주변에 참 가까이 와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과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카타팩 유기농 주말시장이 보여주는 대안경제
 

▲ 카타팩 유기농 주말시장     ©박남희 

 
베라크루즈 주의 할라파(Xalapa)시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카타팩(Coatepec) 유기농 주말시장을 찾았다. 이곳은 커피 생산으로 유명하고, 아담하고 오래된 건물이 많아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이 시장에서는 유기농과 저농약 재배를 하는 생산자들이 생산품을 직접 판매한다. 치즈, 견과류, 다양한 허브와 양념, 빵, 과일, 화초, 천연화장품, 티셔츠, 전통공예품 등 다양한 물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유기농과 저농약 생산품 생산자들이 “COATI”란 조직을 만들어서 이렇게 주말마다 시장을 열고 있다. 유기농 시장에서 치즈를 팔고 있는 25살 여성은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녀는 주말농장이 있어서, 치즈를 생산하고 판매하며 생활에 큰 걱정 없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생산자의 절반 정도가 20대~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라는 점이다. 이제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꾸준하게 유기농 주말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했다.
 

▲ 유기농 시장에 생산품을 내다파는 젊은 여성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멕시코도 수도인 멕시코시티에 정말 많은 인구가 살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도시로 모여들고 있다. 이농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온 이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말할 수는 없다. 농촌 지역은 일자리가 없고 사람들이 빈곤하게 살고 있다.
 
 
뭔가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공동체를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경제활동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 카타팩 유기농 주말시장은 신선한 시도로 보였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으로 멕시코 곳곳에 월마트가 생겨나면서, 해당 지역의 재래시장은 빠른 속도로 축소되어가고 있다. 물량공세로 고객을 유혹하는 거대자본. 이에 맞서 환경도 살리고, 지역경제도 살리며, 많은 이들에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으로 특색 있는 유기농시장 같은 대안경제 활동이 곳곳에서 시도되면 좋겠다.
 
그리고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더 많아졌으면 한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문화와 가치, 그리고 경제를 만들어가길. (박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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