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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 성폭력은 감형? 오히려 가중처벌해야
 법원의 성폭력범죄 양형 결정 일관성 없어  

[여성주의 저널 일다] 조이여울

성폭력 사건에서 범인이 술을 마신 후 범행을 저질렀거나 피해자가 음주상태였을 경우에 법원이 관대한 판결을 내리고 있어, 이른바 ‘봐주기’ 논란이 계속되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술에 취해 성폭력 범행을 한 경우 오히려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2일 뇌물.배임횡령 사건과 성폭력범죄에서 바람직한 양형 판단기준이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공동 개최한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이경환 군법무관 "성충동을 면죄부로 해석해선 안돼"
 
▲ 자료 이미지 [성폭력, 법정에 서다] 의 표지
이경환 군법무관은 성폭력범죄 양형을 분석한 결과, 우리 법원이 성폭력 범죄에 있어서 ‘우발성’을 매우 쉽게 인정하고 있으며, 특히 가해자가 술을 마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특수강간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예로 들었다. 범인들이 미리 클럽과 호텔을 예약해둔 상태에서 여성들을 유인해 술에 취하게 한 뒤 윤간하고서, 자신의 전화번호를 삭제하기 위해 피해자의 핸드백을 절취한 사건이다.

 
법원은 이렇게 계획적인 범행에 대해서조차 ‘젊은 나이의 피고인들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적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해 양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경환 군법무관은 성폭력범죄의 양형 판단에 있어서 가해자의 음주를 양형 감경 요소로 고려하는 것은 “모순적이고 이해하기 힘들 정도”라며, ‘성폭력은 성충동에 의한 것’이라는 잘못된 통념으로부터 법원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억제하지 ‘못한’ 것이 아닌, 굳이 억제하지 ‘않은’ 가해자의 성충동을 “성폭력의 면죄부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영국 성범죄 양형기준, 술 마신 정황 ‘가중요소’로 규정

 
이경환 군법무관은 성범죄에 대한 양형을 결정할 때, “술을 마신 정황은 범행을 용이하게 하고 죄의식을 약하게 한다는 점에서 감경요소가 아닌 가중요소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로 영국의 성범죄 양형기준을 살펴보면 “술에 취해 범행한 것은 오히려 가중요소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

 
나아가 범행장소가 가해자의 집, 근무지 또는 차량 안이거나 숙박업소인 경우에 집행유예 비율이 높고 선고형량은 낮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성폭력 양형 실태 통계에 따르면 피해자가 학생인 경우보다 유흥업소 주인이나 종사자인 경우 집행유예율이 높았고, 범행 이전에 가해자와 성관계가 있었던 경우 선고형량이 낮아졌다. 피해자가 음주상태였던 경우와 사건 전에 가해자와 함께 음주, 유흥 등을 한 경우에도 모두 집행유예 비율이 높고 선고형량이 낮아졌다.

 
이경환 군법무관은 이 같은 법원의 판단이 ‘피해자 유발설’과 같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편견을 암묵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는 관계에서 겪은 성폭력 후유증이 더 클 수 있어

 
한편, 성폭력 양형은 근친강간과 같은 친인척 관계에서의 범행을 제외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가까울수록 실형 비율도 낮고 선고형량도 낮은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이경환 군법무관은 “모르는 사이보다 아는 관계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피해자는 신뢰관계의 배신을 경험하게 되고 그 후유증이 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영국의 성범죄 양형 기준을 보아도 “모르는 관계에서건 아는 관계에서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간 법원의 판결에 대해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이같은 상황에 직면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새로운 양형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 것으로, 공정한 양형 기준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제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2008/10/08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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