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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교육복지사들 "무기계약직 전환 책임회피용" 집단 반발  
 
부산시교육청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의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해 교육․문화․복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복지사를 전원 해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교육청에서는 ‘교육복지사의 채용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 하고 인력관리를 체계화할 목적’으로 교육복지사의 계약 주체를 교육감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2011년에 들어서 ‘교육복지사업이 한시적인 사업에서 일상적 사업으로 전환된다’는 사유만을 밝히고 학교장으로 계약주체를 변경하였다. 이와 함께 사업 대상 학교에는 근무 중인 교육복지사들에게 해고 통지를 하고 2월 11일까지 공개 채용을 하라는 부산시교육청의 공문이 내려간 상태다.
 
해고통보를 받은 교육복지사들은 “부산시교육청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막는 것은 물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책임을 회피 하고자 전원 해고지침을 내린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헌신으로 성과 일궈낸 교육복지사들
 

▲ 근거없는 전원 해고 통보에 반발한 부산지역 교육복지사들이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교육복지지회
 
교육복지사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시작된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과 함께 생겨났다. 이 사업은 도시 지역 가난한 아이들의 교육 불평등을 감소시킬 목적으로 8개 지역 유치원을 포함 해 79개교에 시범적으로 운영했던 국가 지원 사업이다.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되었으며, 올해부터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으로 명칭이 바뀌어 부산만 해도 유치원을 제외하고 150개교로 대상이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교육 분야에서 평등과 복지를 주요 이슈로 삼은 사업으로, 이를 진행하는 사람이 교육복지사이다.
 
교육복지사는 크게 학교에 근무하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와 교육청에 근무하는 프로젝트 조정자로 나누어지는데, 올해부터는 모두 ‘교육복지사’로 통칭된다. 학교로 파견된 교육복지사는 가정방문 등을 통해 학생들의 삶의 변화를 위한 사례관리를 지원하며, 교사와 학생들과의 멘토링 사업 등을 통한 전인격적 관계 형성을 돕고 있다.
 
무엇보다 이 사업이 가진 특징은 ‘지역공동체 구축’을 본 사업의 주요 목적으로 두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위기 아동에 대한 지원 및 지역사회 변화를 위한 다양한 네트워크들이 조성되어 활발히 운영 중이다. 부산지역의 '희망의사다리운동', 천안 ‘도솔프로젝트’ 등은 민관이 협력해 취약계층 아이들에 대한 교육복지안전망을 구축한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교육복지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 된 것은 이 같은 성공적 결과에 대한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사업의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교육복지 대상 학생 중 교과부진 학생이 17.6%, 기초부진 학생이 14.6% 감소되었다. 또한, 학교폭력 건수는 8.4%, 학업 유예 학생은 32.5%나 감소되었다. 교사, 학부모, 학생의 사업에 대한 만족도는 96.1%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렇게 교육복지라는 생소한 사업이 뚜렷한 양적, 질적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일선 학교에서 열심히 아이들을 만나왔던 '교육복지사'의 헌신이 가장 주효했다는 평가다.
 
교육복지사들, “해고는 무기계약직 전환 회피 위한 것”
 
그렇다면 부산시교육청은 무슨 이유로 교육복지사 전원해고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한 것일까.
 
임혜경 교육감은 21일자 부산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교육복지사 채용 주체가 교육감에서 학교장으로 바뀌어 계약해지는 어쩔 수 없게 됐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복지사들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내용에 교육복지사 채용 주체를 학교장으로 하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한다. 교육복지사 채용은 교육청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교육복지사들은 부산시교육청의 속셈이 다른 곳에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소속 교육복지사들은 지난해 교육감을 대상으로 계약하였다. 때문에 올해도 교육감과 계약을 하게 되면 ‘동일 사업자에 2년 이상 계약’이 되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결국 무기계약직 전환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처우 개선이나 고용 안정성 등의 문제를 회피하려는 게 아니겠냐는 것이다.
 
교육복지 사업은 올해로 9년째가 되는 국가사업이다. 그러다보니 9년 넘게 꾸준히 한 학교에서 근무해온 교육복지사들도 있으며, 2년 이상 한 학교에 근무한 경우도 상당수다. 교육복지사들은 지금까지 4대 보험 등 각종 인력관리 비용을 교육청에서 지출해왔으므로 무기계약직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복지사들의 고용승계 요구에 대해 부산시교육청은 “지금까지 성실하게 잘 근무하고 있었다면 부당해고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교육복지사들은 “인력 선발 주체를 교육감에서 학교장으로 바꾼다는 현 방침이 변경되지 않는 한 부당해고 없는 고용승계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장이 근무 태만에 대한 구체적인 해고 사유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교육복지사들은 부당해고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사업 학교의 공개 채용 일자가 같은 상황에서 교육복지사는 1개 학교로만 면접을 볼 수밖에 없어 경력을 가지고도 채용에 탈락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산전용 거부, 임신‧출산 등 이유로 ‘해고압박’ 

▲교육복지사 해고를 비판하는 피켓 문구들.  ©교육복지지회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듯 전국여성노조 부산지부 교육복지지회에는 다양한 부당해고 압박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교육복지지회에 따르면, 부산지역의 M중학교와 B중학교에서는 허위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강사비를 자신의 계좌로 넣으라는 관리자의 요구에 반대한 교육복지사에게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막말과 함께 사업 결재를 10회 이상 반려시키며 ‘알아서 그만두라’고 압박한 사례가 있었다.
 
H중학교의 경우 아이들의 심리치료 등에 쓰여야할 예산을 모둠학습실 개선 등 시설비로 전용하라는 학교장 요구에 교육복지사가 반발하자 ‘말을 듣지 않는다’며 “그만두라”는 폭언을 하였다고 한다.
 
게다가 교육복지사의 90% 이상이 여성으로 임신과 출산 문제로 학교장 계약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크다. Y초등학교 교육복지사의 경우 내년도 출산을 예정하고 있으나 출산으로 계약에서 제외될까봐 학교장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했으며, B초등학교 복지사는 유산 징후로 병가 신청을 했을 때 “사업에 차질이 생기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교육복지지회는 “한 학교로 적게는 5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가까이 지원되는 교육복지사업 성격상 합목적성에 맞는 사업 추진과 예산 집행에서 교육복지사와 학교장과의 지속적인 마찰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감->학교장 주체변경 “교육의 질적 저하 가져올 것”
 
교육복지사의 계약주체를 학교장으로 바꾼 것은 교육복지사업의 근본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학교장이 교육복지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윤정 교육복지사는 “현 정권 들어서면서 교육복지사업의 초기 목적과 달리 ‘학습성과’를 중시하게 된 반면, 지역공동체 사업에 대한 관심은 미흡해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 익명의 교육복지사는 “학교 문제 위주의 시각을 가진 학교장들이 상당수로, 교육복지사가 지역 문제로 활동하는 것을 꺼려”한다면서 “교육복지사 인사권을 학교장이 가지게 된다면 그동안 해왔던 우수한 지역 협력 사업을 학교와 같이 진행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교육청의 지속적인 컨설팅과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일선 학교에서는 많게는 전체 예산의 60% 이상을 교사 보충수업 강사비로 쓰고 있으며, 2009년 교육복지사업 집행 결과 전체 집행액 중 학습 비율이 44.1%나 되고 있다. 이에 비해 저소득 학생들에 대한 다양한 문화체험 및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고 있어 2009년 심리정서 지원 집행율은 총액대비 12%에 겨우 미치고 있는 수준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육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간 출판사의 학습지를 대량으로 구매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교육복지사들은 “그나마 지금까지 교육청에서 학습 비중 예산의 적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교육․문화․심리정서 사업의 고른 계획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한편, "교육복지사의 채용을 교육감이 하게" 한 점이 "일선 학교에서 비상식적 사업이 추진되는 것에 대한 견제가 일정 정도 가능"하게 한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때문에 앞으로 “인력채용까지 학교장에게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며, 하루빨리 부산시교육청이 책임 있는 대책을 수립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박희정) *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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